타임지 "AI 기술로 가짜 구분 어려운 머그샷 나올 가능성 높아"

(서울=연합뉴스) 윤종석 기자 =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검찰 출석이 임박한 가운데 일부 지지층이 그의 머그샷이 공개되지 않으면 가짜를 만들어서라도 유포하려 하고 있다고 시사주간지 타임이 3일 보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6년 대선 직전 포르노 배우 스토미 대니얼스와 성관계 사실을 입막음하려 개인 회사의 돈을 꺼내 전달했다는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아왔으며 최근 대배심은 기소를 결정했다.

이에 따라 트럼프는 4일 뉴욕 맨해튼 지검에 출석할 예정이다.

이곳에서 그는 머그샷, 즉 범인 식별용 얼굴 사진을 촬영하게 된다.

그는 미국의 전현직 대통령을 통틀어 처음으로 범죄 혐의로 기소되는 첫 대통령이기에 당연히 머그샷을 찍은 첫 대통령이 된다.

맨해튼 검찰이 이 역사적인 머그샷을 공개할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대개 뉴욕주에선 범죄자의 머그샷이 언론 등에 배포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인터넷 게시판 등지에선 트럼프 지지자 간에 검찰이 머그샷을 내놓지 않는다면 만들어서라도 뿌리자는 논의가 은밀히 이뤄지고 있다고 타임은 전했다.

일부 지지자들은 뉴욕시가 트럼프의 머그샷을 공개해야 하는 상황을 모면하려고 기존에 보관하고 있던 다른 범죄자의 머그샷까지 모조리 삭제 중이라는 헛소문도 퍼트리고 있다.

어떤 이가 게시판에서 "우리 버전의 머그샷을 만들어 퍼트려버리자"라고 제의하자 "아무도 어느 것이 진짜인지 알 수 없을 것"이라는 동조 글이 따라왔다.

맨해튼 검찰의 기소 방침이 알려진 이후 트럼프를 지지하는 광고판이나 티셔츠, 포스터 등이 쏟아지며 보수 세력이 결집하는 상황이다.

이를 의식한듯 한 트럼프 지지자는 "그들이 머그샷을 즉각 공개하지 않는다면 티셔츠나 모금 등이 멈추지 않도록 하기 위해 머그샷을 만들 수밖에 없다"고 했다.

트럼프 지지층이 그의 머그샷을 원하는 것은 트럼프가 재판정에 서게 됐다는 증표를 퍼트림으로써 그에 대한 수사를 '마녀사냥' 프레임으로 몰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타임은 짚었다.

너무 정교하게 조작돼 실제인지 가짜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트럼프 머그샷이 등장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브라운대에서 가짜 정보와 사용자 제작 콘텐츠 등을 연구하는 클레어 워들 교수는 "AI 기술 발전 때문에 최근 수주간 가짜 이미지를 만드는 사람들이 폭증했다"고 말했다.

이미 트럼프 전 대통령의 기소 방침이 알려진 이후 그가 체포되는 모습의 가짜 이미지가 나돈 바 있다. 미국의 주요 포털이나 뉴스 플랫폼은 이들 사진을 차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엔 프란치스코 교황이 발렌시아가 흰색 롱패딩을 입는 모습의 조작된 사진이 진본인 양 돌기도 했다.

워들 교수는 "가짜 머그샷을 만들어 돌리자는 대화를 보면 진짜 위험은 사람들이 단순히 잘못된 정보에 휩쓸리는 것이 아니라 갈수록 점점 무엇을 믿을지 알기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임을 알 수 있다"라며 "이들이 말하는 것처럼 아무도 어떤 게 진짜인지 모르게 되는 상황이 거짓 정보를 퍼트리는 이들의 목표"라고 말했다.

banan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