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거리 길고 레이더 감지 어려운 '활공폭탄' 공습 시작

"값싼 정밀타격"…우크라군 진지·보급거점 등 취약해질 듯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러시아군이 새로운 무기를 전장에 도입함에 따라 우크라이나군이 봄 대반격 계획을 수정해야 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7일(현지시간) 러시아 공군이 전에는 사용한 적 없던 활공 폭탄을 사용하기 시작해 전쟁의 방향을 바꿀 수 있다고 보도했다.

활공 폭탄이란 날개가 달려있어 레이더를 피할 수 있을 정도로 낮게 날아가며 사거리도 긴 폭탄을 말한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공군이 활공폭탄을 하루에 최소 20발씩 투하하고 있다고 추정한다.

우크라이나 공군에 따르면 러시아는 이미 지난 3월 24일 활공 폭탄 11개를 사용한 바 있으며 지난달 20일 러시아 전투기가 자국 서부 도시 벨고로드에 폭탄을 잘못 투하했을 때도 활공 폭탄을 사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활공폭탄은 이미 오래 전부터 사용돼온 무기이지만 러시아가 최근 들어 갑자기 무더기로 사용하면서 최전방 방공망이 취약한 우크라이나로서는 곤혹스러워졌다.

러시아는 전투기가 최전방에 출격하지 않아도 활공폭탄을 이용해 표적을 타격할 수 있는 까닭에 공군력 운용폭이 넓어졌다.

유리 이흐나트 우크라이나 공군 대변인은 러시아가 "러시아군은 최근 한 달간 국경, 최전방, 해안 등에서 활공 폭탄을 집중적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가 도입한 활공 폭탄은 구소련제 FAB-500 폭탄 등 비활공 무기를 개조한 단순하고 조잡한 형태일 수도 있지만, UPAB-1500B-E와 같은 활공 폭탄은 특별히 설계됐다.

활공 폭탄별로 사양과 성능은 크게 다르지만, 일부는 120㎞ 사정거리에 반경 10m 이내의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러시아가 사용하는 활공 폭탄의 사거리는 48∼72㎞ 정도로 알려졌다.

활공 폭탄이 탄도·순항 미사일보다 더 싸고 만들기 쉬운 데다가 정밀 무기가 부족해지면서 러시아는 이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와 서방 분석가들은 러시아가 전장에 활공 폭탄을 도입하면서 올봄 예정된 우크라이나의 대반격 계획을 막판에 수정해야 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그 성능과는 관계없이 활공 폭탄이 전과 달리 러시아가 지상 작전에 효과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도의 공군력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가 수집한 정보에 따르면 활공 폭탄으로 우크라이나를 공격할 때 러시아 전투기는 자국 영토 내의 목표물에서 40∼48㎞ 떨어진 거리에서 이를 발사한 뒤 키이우 방공망의 사정거리에 들어가지 않기 위해 회항한다.

영국 정보자문업체 시빌라인의 저스틴 크럼프 군사 분석가는 활공 폭탄의 등장은 "(러시아의) 공습과 공격기 사용을 제한했던 방공망 위협이 어느 정도 완화됐다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서방 군사 전문가들은 특히 활공 폭탄이 기존 장거리 타격 무기보다 레이더로 포착하기 어렵다는 점을 지적한다.

러시아가 활공 폭탄으로 공중전에서 우위를 차지할 발판을 마련한다면, 우크라이나 군대 집결지와 지휘·통제 거점, 물류 허브 등이 모두 취약해진다는 뜻이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잠재적 공중 위협을 약화하기 위해 속임수와 높은 기동성 등의 기술을 익혀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크럼프 분석가는 "예를 들어 전투 중이 아닐 때 군대를 광범위하게 흩어지게 했다가 필요할 때 빠르게 다시 모으는 방법 등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활공 폭탄에 대응하는 한 가지 방법은 패트리엇 미사일이나 다른 방공 미사일 시스템으로 요격하는 것이지만, 이 같은 지대공미사일은 고가인 데다가 러시아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최전방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야 한다는 한계가 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활공 폭탄에 대응하기 위해 F-16과 같은 서방의 현대식 전투기가 필요하다고 요구하고 있다.

텔레그래프는 활공폭탄이 그 자체로 궁극적인 묘책은 아니라며 우크라이나가 최전선 방공망을 유지할 수 있다면 우크라이나의 대반격에서 활공폭탄의 역할은 제한적 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dy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