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하면 추락사'고위험'·쥐꼬리 수입'저임금'…암울한 미래" 

[네팔]
100년간 에베레스트 사망자 3분의 1 차지
한 시즌 원정 고작 4천불, 1년 수입 대부분 
새 일자리 찾아 미국, 유럽 호주 등에 이주

에베레스트산 최다 등정 기록을 가진 셰르파(등산 안내인) 카미 리타(53)는 1년 전쯤 아들을 데리고 에베레스트에서 가장 가까운 봉우리에 간 적이 있다.

그는 그곳에서 아들에게 "나를 보면 알겠지만, 이건 힘든 일이다.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고 말해줬다고 한다.

이런 감정은 카미 리타만 느끼는 게 아니다.

뉴욕타임스(NYT)는 7일 세계 산악인들을 에베레스트로 안내해온 셰르파들이 안전과 경제적 문제 때문에 산을 떠나고 있다고 전했다.

추락과 눈사태, 기상 이변의 가능성이 늘 존재하는 히말라야에서 등산객을 안내하는 일은 죽음을 곁에 두고 사는 것이나 다름없다.

'히말라얀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지난 100년간 에베레스트에서 나온 사망자 315명 가운데 셰르파가 차지하는 비중은 3분의 1에 가깝다.

지난달만 해도 셰르파 3명이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해발 5천350m)와 캠프1(6천50m) 사이에서 등반 도중에 수t(톤) 규모의 눈과 얼음 더미에 휩쓸려 실종됐다.

목숨을 걸고 등반에 나서지만, 여러 해 동안 혹독하게 산에 오르면서 성공을 입증한 일부를 제외하면 셰르파들이 버는 돈은 많지 않다.

경력이 많지 않은 셰르파는 장비 준비에 드는 비용을 빼고 한 시즌 원정에 4천달러 정도를 버는데, 이게 한해 수입의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NYT는 설명했다.

셰르파들의 대가 끊어지는 이유에는 안전망이 빈약하다는 점도 있다.

2014년 눈사태로 셰르파 16명이 한꺼번에 숨진 사건이 발생한 이후로 셰르파들은 재발 방지를 위해 안전 조치와 생명보험 도입을 요구했다.

네팔 정부는 매년 나라에 수백만달러를 벌어다 주는 셰르파들이 에베레스트 원정 중단까지 불사하겠다는 움직임을 보이자 복지 기금을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이 기금은 가동되지 않고 있다.

산악 원정대들이 자체적으로 마련한 대책도 큰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그나마 나아졌다는 보험 정책은 셰르파가 사망하면 1만1천달러정도를, 다쳤을 경우에는 3천달러가량을 지급하는 데 그친다.

등산업체 '14봉 원정'(14 Peaks Expedition)의 설립자인 셰르파 타시 락파는 네팔의 6천m 이상 봉우리 중 등반이 허가된 곳은 414곳이며, 이 업계가 유지되려면 고고도에 적응된 셰르파가 적어도 4천명은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베이스캠프로 짐을 옮길 짐꾼도 수만명 필요하다.

NYT는 최근 셰르파 인력의 부족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에베레스트를 떠나 일자리와 교육 문제를 해결하려는 셰르파들은 네팔 수도 카트만두로 가거나 아예 해외로 이주하기도 한다.

이미 미국과 유럽, 호주 등에 자리 잡은 셰르파가 수천 명이라고 NYT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