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DA 승인 취소 명령한 1심 이어 2심 재판부도 보수성향 일색"

낙태권 논란 재점화…어떤 결과 나오든 연방대법원서 최종전 벌어질 듯

노스캐롤라이나, 12주 이후 낙태 제한 주지사 거부권 무효화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미국에서 널리 쓰이는 경구용 임신중절약(낙태약)에 대한 미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취소하라는 1심 판결에 미 법무부가 항소하면서 상급심으로 공이 넘어갔다.

AP 통신은 16일(현지시간) 미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의 제5연방항소법원이 이날 해당 사건을 정식으로 넘겨받았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2000년 FDA가 (경구용 낙태약) 미페프리스톤 사용을 처음으로 승인한 것과 최근 수년간 이 약에 대한 접근을 더욱 쉽게 한 조처가 쟁점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FDA는 당초 '임신 7주 이내' 임신부만 쓸 수 있었던 미페프리스톤 사용기간을 '임신 10주 이내'로 연장하고, 의사를 직접 만나지 않고도 처방을 받을 수 있게 하는 등 관련 규제를 완화해 왔다.

하지만 지난달 7일 텍사스주 연방법원의 매슈 캑스머릭 판사는 미페프리스톤에 대한 FDA 승인을 취소하라고 판결했고, 20년간 쓰이던 낙태약의 판매가 갑작스레 금지되면서 미국 각지에서 혼란이 불거졌다.

이에 미 법무부는 같은달 10일 "기이하고 전례 없는 결정"이라며 제5연방항소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고, 결국 2심 재판이 열리게 된 것이다.

항소심에서 1심 판결이 뒤집힐지는 예단하기 힘들다.

AP 통신은 "낙태 제한을 지지한 이력이 있는 제5연방항소법원 판사 3명이 변론을 들을 예정"이라면서 이번 사건을 담당하게 된 제임스 호, 코리 윌슨 판사는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에서 임명됐고, 제니퍼 워커 엘로드 판사는 조지 W. 부시 전 행정부가 지명한 인물이라고 지적했다.

1심 판결을 한 캑스머릭 판사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임명했다.

낙태 허용을 둘러싸고 미국 사회의 진보·보수 세력이 첨예한 갈등을 빚는 상황에서 경구용 낙태약 판매금지라는 주요 쟁점에 대한 판단을 내리는 판사들이 보수 성향에 기울었다는 분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AP 통신은 이들 3명 뿐 아니라 제5연방항소법원 소속 판사 17명 대부분이 공화당이 지명한 인사들이라면서 항소심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연방대법원에서 다시 최종적인 판단을 구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아울러 법적 결론이 내려질 때까지 미페프리스톤의 처방과 판매는 별다른 영향 없이 기존대로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에서는 연방대법원이 작년 여성의 낙태를 헌법상 권리로 인정한 '로 대(對) 웨이드' 판례를 폐기한 이래 보수 성향이 강한 주들을 중심으로 낙태 금지 움직임이 일고 있으며, 트럼프 전 행정부가 임명한 판사들이 이 과정에서 주도적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런 가운데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는 16일 공화당이 주도하는 주의회가 임신 12주 후 낙태금지법을 강행 처리하기도 했다고 UPI 통신은 보도했다.

민주당 소속 로이 쿠퍼 주지사는 합법적 낙태 기간을 임신 후 20주 이내에서 12주 이내로 단축하는 해당 법안에 대해 지난주 거부권을 행사했으나, 압도적 다수 의석을 지닌 공화당은 재의결을 통해 이를 무력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hwangc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