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위해 포탄 美 이송 진행 중' 외신 보도에 시인도 부인도 안해

안보실장, 전날 국회서 "전황 등 보고 검토"…가능성 열어놓고 신중 언급

지뢰제거장비 등 비살상 품목은 재고·수송 확보 후 즉시 지원 방침

(서울=연합뉴스) 한지훈 기자 = 대통령실은 25일 한국이 미국을 통해 우크라이나에 포탄을 사실상 우회 지원할 것이라는 외신 보도 내용에 대해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았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국민의 알 권리를 존중하지만, 외교적 변수도 함께 고려하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

이는 한국이 미국으로 포탄 수십만 발을 이송하고 있으며, 미국이 이를 우크라이나로 보내도록 준비돼 있다는 전날(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대한 반응이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최대한의 지원 방침을 재확인하면서도 한러 관계 관리 차원에서 무기 지원과 관련한 언급에는 신중한 태도를 고수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인도적·재정적 지원에 치중해온 한국 정부는 최근 조건부 군사 지원 가능성에 열린 입장을 나타냈다.

러시아 본토에서 교전이 이어지는 등 전황이 거칠어지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자유민주주의 진영의 지원 논의가 활성화되는 흐름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조태용 국가안보실장은 전날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우크라이나에 탄약을 지원할 것이냐'는 더불어민주당 김병주 의원 질의에 "현재까지 우크라이나에 대해 인도적·재정적 지원을 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우크라이나가 불법 침략을 당했다. 추후 전황을 보고 다른 상황을 고려해 검토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전황'에 따라 우크라이나에 대한 탄약 지원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

이는 글로벌 중추 국가를 지향하는 윤석열 대통령이 가치 외교와 기여 외교를 중시하며 여러 차례 밝힌 입장과 일맥상통하는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19일 국빈 방미 전에 한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민간인에 대한 대규모 공격이나 국제사회에서 묵과할 수 없는 대량 학살, 전쟁법을 중대하게 위반하는 사안이 발생할 때는 인도 지원이나 재정 지원에 머물러 이것만을 고집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같은 달 25일 미국 NBC 방송 인터뷰에서 "최전선의 상황이 변할 때나 우리가 살상 무기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해야 할 때가 된다면, 한국이 국제사회의 노력을 외면하는 상황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대통령실은 한국 정부가 우회 지원이든 직접 지원이든 우크라이나에 이미 살상 무기를 지원하고 있다는 일부 관측에 선을 그었다.

조 실장은 전날 국회 운영위에서 "저희가 우크라이나에 직접 (포탄을) 지원하는 것은 없다"며 "폴란드를 통해 우회하는 것도 사실은 없다"고 일축했다.

한국은 지난해 11월 미국에 포탄 10만 발을 수출했으며, 이와 별도로 포탄 대여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확한 대여 계약 규모는 공개되지 않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통화에서 "민간인 대량학살 등이 발생하면 직접적인 무기 지원도 고려할 수 있겠지만, 아직 그런 단계는 아니다"고 말했다.

한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지난 21일 윤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요청한 지뢰제거장비 등 비살상 품목 및 무기는 조만간 우크라이나에 직접 지원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국내 재고와 수송 방법만 확인되면 최대한 빨리 보낼 것"이라며 "군 당국이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hanj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