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흡연, 1980년대 에이즈, 2000년대초 비만처럼

[뉴스진단]

"하루 3시간 이상 사용, 우울증 위험 2배"
공중보건당국 수장 "심각 위협"공개 경고

미국 보건 당국은 23일 소셜미디어(SNS)가 어린이·청소년 등 미성년자의 정신건강에 중대한 위협이 된다고 지적하는 보고서를 발간했다.

미국 공중보건정책을 총괄하는 비베크 머시 공중보건서비스단(PHSCC) 단장 겸 의무총감은 이날 ‘SNS와 청소년 정신건강-미 의무총감의 경고’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하고 어린이와 사춘기 청소년들의 SNS에 대한 과도한 집착이 정신 건강을 피폐하게 만들 잠재적 위협 요인이 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머시 총감은 보고서에서 “전국적으로 젊은 층의 정신 건강 위기 상황이 나타나고 있으며 SNS를 주요 유발 요인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하루에 3시간 이상 SNS를 사용하는 청소년은 우울증과 불안 등 정신 건강이 나빠질 위험이 2배로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머시 총감은 “SNS사용이 30만건 이상의 우울증 사례에서 원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며 “뇌 발달이 아직 완성되지 않은 어린이는 물론이고, 청소년에게도 심각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우려된다”고 했다.

머시 총감은 “반대로 대학생을 대상으로 3주 동안 매일 30분 이상 SNS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제한한 결과, 우울증의 심각도가 35% 이상 개선됐다”며 “청소년이 포함된 다른 실험에서도 SNS 차단이 행복감 향상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했다.

그는 특히 SNS에서 유통되는 성(性)학대·폭력·마약·자살 등 극단적이고 부적절한 ‘유해 콘텐트’가 미국 청소년의 몸과 마음 건강을 해친다고 지적했다. SNS에서 끊임없이 타인의 신체와 비교해 자기 몸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갖게 될 경우, 미성년자들의 자존감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섭식장애·자해 등 문제 행동이 초래될 수 있다는 것이다.

머시 총감은 SNS의 유해 콘텐트에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호소하면서 관련 법 재정비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1960년대 흡연, 1980년대 에이즈, 2000년대 초 비만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환기했듯, 현재는 미성년자의 과도한 SNS 사용을 ‘긴급한 공중 보건 위기’로 지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13~17세 미국 미성년자 중 95%가 적어도 하나 이상의 SNS를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머시 총감은 장난감 제조회사나 자동차회사가 신상품 출시 전 안전성 검사를 받고, 어린이 카시트 이용을 의무화하듯 SNS도 미성년자용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이용 규제도 강화하자고 제안했다. 실제로 유타주는 올 3월 미국에선 처음으로 18세 미만은 SNS 가입 시 부모의 동의를 의무화하는 법을 제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