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 "국방·보훈만 올리고 나머지는 올해 수준 동결"

"합의안, 수백 쪽 아닌 몇몇 수치 포함된 간략한 형태"

(서울=연합뉴스) 이봉석 기자 = 지난 몇 주 동안 세계 금융 시장을 긴장 속에 몰아넣은 미국 부채한도 대치 국면이 조만간 풀릴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공화당 소속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이 화상 협상을 통해 부채한도 합의에 근접했다고 로이터통신 등 외신들이 25일 보도했다.

뉴욕타임스(NYT)도 백악관 관료들이 다음달 1일 연방정부 채무불이행(디폴트) 예상 시점을 일주일 앞두고 합의안을 굳히기 위해 서두르고 있다고 전했다.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합의안은 31조4천억 달러(약 4경2천조 원)의 현 부채한도를 2년간 올리되, 대부분의 지출을 제한하는 내용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재량지출(discretionary spending) 가운데 국방과 보훈만 올리고 나머지 항목은 올해 수준으로 동결한다는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내년 국방비의 경우 바이든 정부의 요구와 비슷한 3% 증액 쪽으로 의견이 모이고 있다.

미국 예산안은 재량지출과 의무지출로 나뉘는데, 재량지출은 행정부와 의회가 재량권을 가지고 예산을 편성·심사할 수 있는 지출이다.

미 연방정부 통계에 따르면 2022년 미국의 재량지출은 1조7천억 달러로, 전체 지출 6조2천700억 달러의 27%를 차지했다. 재량지출 가운데 절반 정도는 국방비다.

다른 소식통은 상향하는 액수는 총 1조 달러 이상으로, 양측이 각각 주장하는 금액 차이는 700억 달러라고 로이터에 밝혔다.

또다른 소식통은 "협상 참석자들이 국방비를 포함한 재량지출 총액에 대해서는 합의하지만, 주택과 교육 같은 세부 항목은 의회가 구체적으로 결정하도록 둘 것"이라고 설명했다.

합의안은 수백 쪽에 달하는 법안 형식이 아니라 몇 가지 핵심 수치가 포함된 간략한 형태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

타결 예상 시점과 관련해 매카시 의장은 "주말 내내 의사당에서 일할 계획"이라고 취재진에게 말해 시간이 걸릴 것으로 봤지만, 공화당 내 강경파 프리덤 코커스 소속 케빈 헤른 의원은 로이터에 26일 오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미 재무부는 현금 잔고가 바닥날 것으로 예상되는 다음 달 1일 'X-데이트' 이후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에 대비해서도 비상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식통을 인용해 재무부가 비슷한 일이 있었던 2011년 이후 만들어진 비상계획을 다시 꺼내 들었다고 보도했다.

계획에 따르면 디폴트 이후에는 다음날 정부의 청구서를 지불할지를 매일 결정하게 된다. 일부 기금 납부를 미루기 위한 준비작업 가운데 하나다.

특정한 청구서를 제때 지불하도록 노력할 것인지는 계획에 포함되지 않았다.

하지만, 재무부 관료와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인사들은 과거 미 국채가 글로벌 금융시스템의 중심이기 때문에 부채 상황에 우선순위를 두는 것을 논의했다.

다른 연방 정부 관계자들도 의회가 부채 상한선을 제때 올리지 못할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

앞서 재닛 옐런 재무부 장관은 의회가 행동을 취하지 않을 경우 연방정부가 이르면 6월 1일 디폴트에 빠질 것이라고 여러 차례 경고했다.

anfou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