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계, 국채 시장 혼란 최소화 대책 고심 중

(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 이르면 다음 달 1일 미국 연방정부의 채무불이행(디폴트)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미 재무부 현금잔고가 2021년 말 이후 최저인 500억 달러(약 66조2천억원) 아래로 떨어졌다.

25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 재무부 현금잔고는 24일 기준 495억 달러(약 65조6천억원)를 기록, 23일의 765억 달러(약 101조4천억원) 대비 270억 달러나 줄어들었다.

재무부 현금잔고는 12일 1천400억 달러(약 185조6천억원)에서 15일 874억 달러(약 115조8천억원)로 525억 달러 급감한 바 있는데, 그때 이후 일간 기준 최대로 감소한 것이다.

재무부 현금잔고는 지난 1월 부채한도 상한(31조 4천억 달러)에 이른 뒤 국채 이자 및 연방정부 직원 급여 지급 등에 대한 지출 등으로 감소 압력을 받고 있다.

재닛 옐런 재무부 장관이 이르면 다음 달 1일 디폴트에 빠질 수 있다고 여러 차례 밝힌 가운데, 다른 경제기관들도 다음 달 2∼15일 사이에 디폴트에 빠질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게다가 국제 신용평가회사 피치가 전날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A로 매기면서 향후 등급 하향이 가능한 '부정적 관찰 대상'(Rating Watch Negative)으로 지정하며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미국이 디폴트에 빠질 경우 해당 기간 만기가 도래하는 미국 국채도 위험할 수 있는 만큼, 시장에서는 이 시기의 초단기 국채(T-bill) 금리가 한때 기준금리(5.0∼5.25%)보다 훨씬 높은 7%를 넘기기도 했다.

TD증권의 겐나디 골드버그 전략가는 "현금잔고는 우리가 얼마나 심연에 가까워졌는지 보여준다"면서 "일부 의원이 재무부의 디폴트 예상일 계산에 의문을 제기하지만, 현금 잔고가 (남아있는) 양을 말해준다. 우리는 시간을 빌린 상태"라고 말했다.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금융계는 디폴트가 현실화해 미 국채에 대한 이자·원금 지급이 미뤄질 경우의 혼란을 최소화하고 금융시장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 대비 중이다.

이를 위해 이자·원금 지급 기한이 지난 미 국채에 대해서도 '운용상 만기'를 설정하는 식으로 만기를 연장해 시장 거래가 이뤄지도록 하고, 콘퍼런스콜(전화회의)을 통한 상황 설명으로 시장 혼란을 최소화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미 재무부가 현금이 바닥 난 뒤에도 다른 지출보다 국채에 대한 의무 이행을 우선하는 방안도 있다.

3월 기준 미국 이외 국가 중 미 국채 보유 순위 1·2위인 일본(1조877억 달러)·중국(8천693억 달러)도 국채 가격 급락 등 혼란을 우려해 미국의 디폴트가 현실화하지 않기를 원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가운데 부채한도 협상에서는 야당인 공화당이 내년도 재량적 예산 지출을 줄이려 하는 반면 백악관은 이를 지키려 하고 있다.

공화당 다수가 재량적 지출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국방·보훈 예산에 대해서는 예외로 두기를 원하는 만큼, 향후 국방 이외 분야의 지출이 더 줄어드는 식으로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WSJ은 덧붙였다.

bsch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