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95세 별세, 최근 이장때 악취 안나 공개…"기적이다” 하루아침에 '성지'된 마을

[월요화제]

신자들 "거룩함 상징" 순례객 몰려 인산인해
교구 "조사위해 유리 성전 안치, 보호 필요"

4년 전 미주리주 한 마을에 묻혔던 수녀의 시신이 거의 부패하지 않았다는 '기적'이 전해지면서 순례객들이 몰려들고 있다고 1일 AP통신이 보도했다.

수녀복을 입은 채 양손에 묵주를 꼭 움켜쥔 모습의 시신은 발굴된 이래 현재까지 1만5천여명의 순례객을 맞이했다.

시신의 손가락뼈는 골격이 드러나기 시작했지만, 숨을 거둔 지 4년이 지났다고 보기엔 믿기지 않을 만큼 온전한 모습이다.

신자들은 이를 거룩함의 상징이라고 보고 마을을 찾아 시신 앞에 무릎을 꿇었고, 시신의 손을 만지며 축복을 빌었다.

작은 마을을 한순간에 '성지'로 바꿔놓은 이 시신은 2019년 95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빌헬미나 랭커스터 수녀다.

'사도들의 성모 여왕 베네딕토 수도원'에 따르면 빌헬미나 수녀의 시신은 지난 4월 수도원 예배당에 이장하기 위해 처음 무덤에서 꺼내졌다.

수녀들은 관에서 시신 특유의 악취가 나지 않는 데 대해 의아함을 느꼈고, 실제 시신의 상태를 살펴보니 대부분 온전한 모습으로 보존돼 있었다고 한다.

관은 금이 갔고 군데군데가 곰팡이로 뒤덮여 있었다. 습기가 가득한 환경이었지만 시신만은 큰 이상이 없었다. 발굴 과정에 참여한 한 수녀는 “당연히 뼈만 남았으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갈라진 관 틈 사이로 양말을 신은 채 온전히 남은 발이 보였다”며 “우리가 그녀를 땅에 묻었을 때와 똑같은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수녀 역시 “머리카락, 속눈썹, 코 등이 정상적이었다. 입술은 미소를 짓는 듯 보였다”고 했다.

다만 빌헬미나 수녀의 한쪽 귀는 사라진 상태였고, 눈도 내려앉은 모습이었다. 수녀들은 그의 얼굴에 밀랍 마스크를 올렸고, 손에도 밀랍을 발랐다.

이 같은 소식이 SNS 등을 통해 전해지자 이 작은 마을 역시 하루아침에 ‘성지’가 됐다. 신자들은 빌헬미나 수녀의 시신을 거룩함의 상징으로 여기며 시신 앞에 무릎 꿇었고 손을 만지며 축복을 빌고 있다. 수도원에는 빌헬미나 수녀의 일생이 담긴 책과 수녀들의 합창 CD, 묵주, 엽서 등을 판매하는 기념품 가게가 급히 세워지기도 했다.

빌헬미나 수녀의 시신은 5일 베네딕토 수도원 성당 유리 성전에 안치될 예정이다.

미 가톨릭교회 캔자스시티·세인트조지 교구는 성명을 내 "철저한 조사를 위해 유해를 온전하게 보전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과거 시신이 부패하지 않는 것이 확인된 바 있으나 매우 드물며, 시성 절차가 잘 확립돼 있지만 이번 경우에는 그런 절차가 시작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수도원에 따르면 시성 절차를 밟으려면 사망한 지 최소 5년이 지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