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 전문가 "캐나다 산불 안 꺼지면 美 연기에 취약"

노르웨이 남부 관측 결과 공기 중 연무질 농도 증가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기자 = 캐나다 동부에서 발생한 대규모 산불이 꺼지지 않는 한 미국은 당분간 산불 연기와 미세먼지의 영향권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고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8일 보도했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의 대기질 정보 사이트 '에어나우(AirNow)'에 따르면 이번 주 초 뉴욕 등 북동부 지역을 주황색으로 물들인 산불 연기는 이날 필라델피아와 볼티모어, 워싱턴DC, 버지니아주 리치먼드 등 지역에서 더 심하게 관측됐다.

에어나우에 따르면 이날 오후 워싱턴DC의 공기질지수(AQI)는 한때 236을 기록했고, 필라델피아와 볼티모어의 공기질지수도 건강에 안 좋은 수준까지 치솟았다.

이 때문에 백악관은 이날 경내에서 열려던 '프라이드 행사'를 10일로 미뤘고, 워싱턴DC의 프로야구(MLB)팀 워싱턴 내셔널스도 이날 예정된 경기를 22일로 연기했다.

워싱턴DC와 필라델피아의 국립동물원은 문을 닫았으며, 볼티모어는 공원·레크리에이션 부서가 후원하는 야외 활동을 취소했다.

대기가 연기로 뒤덮여 가시거리가 확보되지 않자 미 연방항공청은 뉴욕과 뉴저지, 필라델피아 공항의 운항 횟수를 줄였다.

유나이티드 항공과 아메리칸 항공은 이날이나 9일 뉴욕, 펜실베이니아, 워싱턴DC, 오하이오, 버지니아 등으로 가는 항공편을 재예약하는 고객들에겐 수수료를 면제해 준다고 밝혔다.

에어나우에 따르면 산불 연기는 9일 미 남부 지역으로 이동해 캐롤라이나와 조지아, 텍사스, 오클라호마주를 영향권에 둘 것으로 관측된다. 반면 북동부 지역 대부분은 보통 수준의 대기질을 회복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립기상청 볼티모어·워싱턴 지부의 기상학자 코디 레드베터는 "이번 주말엔 서풍이 북동부 대도시에서 연기를 일부 이동시킬 것으로 예상된다"며 다만 "캐나다에서 불이 계속 번지는 한 바람이 남쪽으로 이동하면 미국은 연기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뉴욕타임스(NYT)는 캐나다 산불 연기가 북유럽 노르웨이 상공까지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노르웨이 기후환경연구소의 전문가들이 예측 모델을 통해 확인한 결과 이달 1일부터 산불 연기 일부가 그린란드와 아이슬란드 상공으로 이동했고, 실제 노르웨이 남부에선 공기 중 연무질 농도가 증가한 것으로 관측됐다.

연구소의 선임 과학자인 니콜라오스 에반젤리오우는 성명에서 "예측에 따르면 며칠 내 유럽에 연기가 약하게 도달할 것으로 보인다"며 "연무가 보이거나 연기 냄새가 날 수 있지만, 대기 중 입자 수가 건강에 해로울 정도는 아닐 것"이라고 예상했다.

연구소는 연기 입자가 건강뿐 아니라 지구 온난화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린란드 빙상과 같이 얼음과 눈으로 덮인 표면에 연기와 그을음 입자가 쌓이면 태양 복사열을 더 잘 흡수해 대기 온도를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게 연구소의 설명이다.

s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