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켐비' 치매 치료 신기원되나…"진행 속도 27% 늦춰"

뇌부종·뇌출혈 등 부작용 가능성…라벨에 경고문

"미·일 이어 한국 등에서도 승인 추진"

(서울=연합뉴스) 한성간 최인영 기자 =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6일 에자이(일본)·바이오젠(미국) 제약의 알츠하이머 치매 신약 레켐비(성분명: 레카네맙)를 정식 승인했다고 CNN·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알츠하이머 치료 약이 FDA 정식 승인을 받은 것은 처음이다.

다만, 레켐비는 알츠하이머 치매 초기 환자와 경도인지장애(MCI) 환자에 한해 사용할 수 있다.

이는 미국의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 600여만 명 중 약 6분의 1에 해당할 것으로 컬럼비아 대학 메디컬센터 신경과 전문의 로런스 호니그 박사는 추산했다.

상당히 진행된 치매 환자는 레켐비가 도움이 되지 않고 안전성 위험이 높을 수 있다고 그는 말했다.

레켐비가 도움이 될 수 있는 환자의 경우도 완치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그는 강조했다.

레켐비 임상시험을 시행한 클리블랜드병원의 바박 토우시 박사도 "레켐비는 알츠하이머를 치료하거나 시간을 되돌리는 게 아니라 진전 속도를 늦추는 약"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레켐비는 치매 치료의 신기원을 여는 첫걸음으로, 보다 효과가 큰 치료제의 등장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레켐비는 임상시험에서 초기 치매 환자의 인지 기능 저하 속도를 27% 늦춘 것으로 나타났다.

레켐비는 알츠하이머 환자 뇌에서 비정상 단백질 '아밀로이드 베타'의 끈적한 침전물을 제거하도록 설계된 항체다.

2주에 한 번 정맥 주사로 투여하며, 미국 기준 정가는 연간 2만6천500달러(약 3천500만원)다.

미 FDA는 지난 1월 레켐비를 '신속 승인'하면서 사용 대상을 '임상 시험 중인 환자'로 제한한 바 있다.

FDA 정식 승인을 받은 것은 이 약품의 보험 적용 범위가 확대될 가능성이 열렸다는 의미가 있다.

의료보험 적용과 관련해 미 보건복지부 산하 건강보험서비스센터(CMS)는 "FDA의 결정으로 약의 효과에 대한 자료를 계속 수집하면서 이 약을 폭넓게 보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레켐비는 심각한 부작용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상시험 참가 환자의 약 13%가 뇌부종 또는 뇌출혈을 겪었다.

이러한 부작용 위험은 치매 위험이 높은 변이유전자 APOE4를 가졌거나 항응고제를 투여하고 있는 환자에게는 더 클 수 있다.

이에 따라 FDA는 이러한 부작용을 설명하는 경고문을 레켐비 라벨에 표기하도록 했다. 뇌부종과 뇌출혈 가능성이 있어 환자를 관찰해야 하며, 유전자 검사가 강력히 권고된다는 내용도 라벨 경고문에 포함됐다.

에자이는 유전자 검사를 포함한 치료의 전 과정이 의료보험으로 보장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부작용 우려에도 불구하고 환자 사회는 환영하고 있다.

미국 알츠하이머협회의 조앤 파이크 회장은 "이 치명적 질병을 앓는 사람들은 FDA 승인을 받은 이 약이 그들에게 적합한지 의사, 가족과 함께 논의하고 선택할 기회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에자이의 나이토 하루오 최고경영자(CEO)는 일본에서도 오는 9월 말 승인을 목표로 레켐비에 대한 승인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에자이는 미국, 일본을 이어 한국, 유럽연합(EU), 중국, 캐나다, 영국에서도 레켐비 승인을 모색하고 있으며, 시장에 출시되면 3년 내 10만여명이 이 약을 사용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skh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