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도 대물림, 어머니 병력 자녀 발병 위험에 영향…치매 확률은 51% 까지 높아져

[헬스라인]

분당서울대 연구팀, 8개국 노인 2만명 가족력 조사
母 치매면 딸 68%·아들 100% 알츠하이머 위험 증가 
父 치매는 자녀 영향 無…母 병력시 조기 진단 필요

어머니의 치매 병력이 자녀의 치매 발병 위험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자녀가 치매 중에서도 알츠하이머병에 걸릴 확률은 80%까지 높아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10일 분당서울대병원에 따르면 김기웅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와 오대종 강북삼성병원 기업정신건강연구소 교수 등의 연구팀은 부모의 치매 병력이 자녀에게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부모 중 특히 어머니의 치매 병력이 자녀의 알츠하이머 발병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밝혀졌다.

▶부모 성별 차이 연구 처음

부모와 자식은 유전자를 비롯해 생활방식, 환경 등을 공유하기 때문에 부모의 치매가 자녀의 치매 발병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보고는 꾸준히 제기돼왔다. 하지만 여러 종류의 치매 중 어떤 병이 연관성이 높은지, 부계와 모계 병력 중 어느 쪽이 영향력이 높은지, 자녀의 성별에 따라 차이가 있는지 등에 대해 규명한 연구는 없었다.

이에 연구팀은 우리나라와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스웨덴, 그리스, 호주, 필리핀 등 총 8개 국가에 거주하는 노인 1만7194명을 대상으로 치매 가족력을 조사했다. 조사 대상자들의 평균 연령은 72.8세였고, 여성 비율은 59.2%였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부모 중 한명이라도 치매 병력이 있으면 자녀의 치매 발병 위험도 47% 상승했다. 그 중에서도 알츠하이머명 발병 위험은 72%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주목할 점은 부모의 성별이다. 아버지가 치매 병력이 있는 경우 자녀의 치매 발병 위험은 유의미하게 오르지 않았다. 하지만 어머니가 치매 병력이 있는 경우 자녀의 치매 위험은 51%, 알츠하이머병은 80% 높아졌다. 모계 치매 병력이 자녀의 치매 발병 위험에 미치는 영향은 자녀 성별과 상관없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어머니가 치매 병력이 있는 여성은 68%, 남성은 100% 알츠하이머병 위험이 증가했다.

▶국가 인종 불문 보편적 현상

기존 연구에선 알츠하이머병 위험을 높이는 유전형질로 ‘아포지단백 e4 대립유전자’가 주로 거론됐다. 이번 연구결과에선 더 나아가 X성염색체나 미토콘드리아 DNA와 같은 모계 유전형질도 알츠하이머병 발생에 중요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인지기능 저하가 의심되는 노인들 중 부모, 특히 어머니가 치매로 진단받은 적이 있다면 자녀도 전문가 평가를 통해 인지장애 여부를 조기에 진단하는 것이 좋다.
김 교수는 “이번 연구는 대규모의 다국적 코호트 자료를 분석했기 때문에 국가와 인종을 불문하고 보편적 현상임을 시사한다”며 “어머니가 치매에 걸리면 자녀는 본인 성별과 없이 치매 중에서 가장 흔한 알츠하이머병 위험이 높아진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알츠하이머병을 비롯한 치매는 단일 유전자가 아닌 다양한 유전자와 환경의 상호작용에 의해 발생 위험이 결정되기 때문에 부모의 치매 병력이 반드시 본인의 치매로 이어지진 않는다. 김 교수는 “그럼에도 부모가 치매 병력이 있다면 보다 엄격한 금연과 절주, 식습관 개선, 고혈압, 당뇨 등의 기저질환 관리를 통해 치매를 예방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정신임상신경학저널'에 게재됐다.

☞알츠하이머와 치매의 차이

'치매'는 일상적인 기능에 영향을 미치는 일련의 증상 (사고, 기억, 계획 등)을 의미하는 포괄적인 용어다. 치매의 원인은 80~90가지나 될 정도로 다양하며 이중 '알츠하이머'가 전체 치매 원인의 50~80% 정도를 차지할 정도로 가장 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