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 기피 논란’의 중심에 섰던 미국 국적가수 스티브 승준 유(46·한국명 유승준)가 입국비자 발급을 거부한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건 소송에서 승소했다.

13일 서울고법 행정9-3부(조찬영 김무신 김승주 부장판사)는 스티브 승준 유가 주 로스앤젤레스(LA) 총영사를 상대로 낸 여권·사증(비자) 발급 거부처분 취소 소송에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구 재외동포법 제5조 제2항을 보면 외국국적동포가 병역기피 목적으로 외국국적을 취득한 경우라도 38세가 된 때에는 국가 안전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 등 대한민국의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지 않는 이상 체류자격을 부여해야 한다고 명시한다”고 밝혔다.

해당 조항은 2017년 10월 31일 개정을 통해 기준 나이가 38세에서 41세로 상향 조정됐다. 총영사관은 스티브 승준 유 사건을 개정된 조항을 적용했으나 2심 재판부는 신청 시점인 2015년을 기준으로 적용해야 한다는 이유로 구 재외동포법을 적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구 재외동포법 단서규정은 병역의무를 성실하게 이행한 외국국적동포(내지 내국인)와의 형평을 도모하기 위해, 입영의무 등이 최종적으로 면제되는 연령에 도달하지 않은 병역기피 외국국적동포의 체류자격 부여를 금지하는 취지다”라며 “오랜 고민과 합의를 거쳐 이같이 선고한다”고 덧붙였다.

선고 이후 스티브 승준 유 측 법률대리인 류정선 변호사는 취재진과 만나 “1차 소송 파기환송심 사건에서 어느 정도 쟁점이 정리됐다. 법률적으로 따지면 재외동포 체류 자격을 거부할 사유가 없다는 부분을 명확하게 판단한 것”이라고 선고 의의를 전했다.

이어 “과거에 신청한 비자발급건이 유효하기 때문에 발급 여부를 다시 판단하게 될 것이다. 본인이 당연히 한국을 떠난 지 오래돼 오고 싶어 하는 마음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건을 자세히 알면 이렇게까지 미움받을 사건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결과적으로 여론이 안 좋음에도 재판부가 소신 있게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외교부와 병무청은 이같은 법원의 판단과 관련, ‘스포츠서울’에 “후속 법적대응 여부에 대해, 법무부 등 유관 기관과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1997년 ‘가위’로 데뷔한 스티브 승준 유는 ‘나나나’, ‘열정’, ‘비전’, ‘찾길바래’ 등 숱한 히트곡을 내며 당시 청소년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한 몸에 받았다. 일명 ‘가위춤’이라 불리는 화려하고 절도있는 댄스 실력과 긴 앞머리로 트렌드를 선도했고 성실하고 바른 청년의 이미지로도 대중의 많은 호감을 얻었다.

그러나 2002년 입대를 앞두고 돌연 출국한 뒤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미국 시민권을 택하며 ‘병역기피논란’에 휩싸였다. 이후 병무청과 법무부는 출입국관리법 11조에 의거, 스티브 승준유에 대한 입국 금지 조처를 내렸다.

이에 스티브 승준 유는 2020년 7월 비자 발급을 재신청했지만 총영사관은 다시 거부했고, 스티브 승준 유는 2020년 10월 두 번째 소송을 제기했다. 두 번째 소송의 1심은 이같은 외교당국의 주장이 옳다고 보고 유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유씨는 이에 불복해 항소했다.

스티브 승준유는 이날 법원의 선고를 앞두고 자신의 개인 채널에 “아니면 그만이라는 무책임한 사람들. 21년간 사람을 저렇게 죽이고 모함하는데 이골이 난다. 21년 전 그렇게 입국했다가 입국금지 당하지 않았나? 참 바보같은 말이 아닐 수 없다. 모르는 사람들은 또 그말을 믿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며 자신을 향한 비난 여론에 불편한 심경을 드러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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