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일정 잡아뒀는데 걱정"…중환자 "의료인력과 소통 안 돼"

병원 안내판엔 '노조 파업으로 정상 진료 불가'…양해 부탁만

(양산=연합뉴스) 정종호 기자 = "평소 같으면 20분 기다리면 약이 나왔어요. 지금 30분 기다렸는데 안내 화면에는 58분 더 기다리라고 나오네요."

13일 오전 경남 양산시 물금읍 양산부산대학교병원 1층.

병원 내 약국에서 전립선 질병을 앓는 부친의 처방 약 조제를 기다리던 허만석(62) 씨는 긴 한숨을 내쉬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약국 대기 화면에는 약이 나오기까지 최대 107분을 대기해야 한다는 환자도 있었다.

보건의료노조 파업 돌입으로 노조원 상당수가 파업에 참여한 양산부산대병원은 매우 한산한 모습이었다.

전원 조치로 전날까지 북새통을 이뤘던 입·퇴원 창구에 있는 안내 화면 대기인원은 0명이었다.

맞은 편 외래 진료 접수창구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허씨처럼 시민 불편과 걱정은 더 심해진 듯했다.

통증의학과에 외래 진료를 받으러 왔다는 조모(52) 씨는 "오늘처럼 사람이 없는 날은 처음 본다"며 "파업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들리던데 오는 18일로 예정된 수술을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쉬었다.

실제 부산대병원 노조 측은 이번 총파업이 종료되더라도 독자적인 파업을 이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이비인후과 외래 진료받은 김모(61) 씨는 "파업 소식에 환자들이 많이 오지 않는 것 같지만, 진료에 든 시간은 환자들이 많던 평소와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병원 측은 간호·임상병리·물리치료·약제·환경미화 등을 맡은 양산부산대병원 정규직·비정규직 노조원 상당수가 파업에 참여한 것으로 파악했다.

경남도는 양산부산대병원 소속 파업 참여 인원을 500여명으로 추산한다.

병원 측은 지난 10일부터 전날까지 보건의료노조 총파업 돌입으로 진료 차질이 발생할 것을 우려해 입원환자를 줄이는 조치를 했다.

중증 환자, 산모·유아 등을 제외한 일반병동 환자를 부산·경남권 협력병원으로 보내거나 퇴원시켰다.

그러나 전·퇴원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은 중증 환자들 역시 불편함을 토로했다.

지난 6일 이곳에서 암 수술을 받았다는 70대 A씨는 "이번 파업으로 너무 힘들다"며 "아픈데 간호사를 비롯한 의료인력과 소통이 안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방광암 3기인 60대 모친을 부축하며 병실로 들어가던 김모(43) 씨는 "어머니가 원래 1인실에 계시다 병원 측 요구로 5인실로 옮기게 됐다"면서 "원래 전담하는 간호 인력이 있지만 이번 파업으로 바뀌게 돼 어머니가 불편해하신다"고 하소연했다.

병원 측은 우선 이번 파업에서 외래수술 건수가 크게 줄고, 혈액투석 등 일부를 제외한 상당수 외래진료가 어려운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원내 미진료 과목 현황은 통계가 나오지 않아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jjh2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