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회사 홈피에는 "승객 살리려 노력했을 기사님" 애도 글

(청주=연합뉴스) 천경환 이성민 기자 = "버스에서 물이 차오르는데 어떡하냐고 남편한테 전화했다고 합니다. 통화한 매형 심정은 어떻겠습니까…"

17일 청주 오송 지하차도 침수 사고 피해자 빈소가 차려진 청주성모병원 장례식장에서 큰누나를 잃은 남동생 A씨가 눈시울을 붉혔다.

헌신적인 성격으로 10년 넘게 요양보호사로 일했던 70대 누나는 이른 아침부터 부지런히 출근길에 나섰다가 갑자기 불어난 물로 침수된 지하차도에 갇혔다고 한다.

A씨는 "사고 당일 전화를 받은 매형이 누나에게 창문을 깨고 나오라고 했다"며 "주변에서 '탕탕탕'하는 요란한 소리가 나더니 얼마 안 돼 전화 신호가 끊어졌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그렇게 그의 가족은 그녀와 준비하지 못한 이별을 맞이했다.

누나의 빈소에는 검은 상복을 입은 남편이 애써 의연한 표정으로 조문객을 맞이했다.

영정 사진 앞에서 한 조문객이 주저앉고 오열하자 남편은 이내 새어 나오는 눈물을 참지 못하고 고개를 돌렸다.

슬퍼하는 매형을 보며 허망해하던 A씨는 "누나가 평소 타지 않았던 버스인데 비슷한 노선의 시내버스가 먼저 와서 이용한 것 같다"며 "이번 주 토요일에 은퇴한 여동생이 누나랑 시간 많이 보내겠다며 청주로 이사를 오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기냐"고 입술을 파르르 떨었다.

지하차도에 고립된 버스를 몬 50대 운전기사 B씨의 빈소에서도 안타까운 사연이 이어졌다.

그가 운전한 747 급행버스는 오송역과 청주공항을 오가던 전기버스로 운전경력이 많은 베테랑만 몰던 버스였다.

동료기사 최모(58)씨는 "새벽 5시 반 출근인데 3시에 먼저 와서 사무실 청소하던 성실했던 친구"라며 "10년 전 시내버스 회사에 입사해 최근에는 전국 단위 승객 안전 최우수 평가도 받았는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B씨의 35년 지기 친구 김모(67)씨는 "집에 혼자 남겨질 아내 걱정에 친구들과 술을 마셔도 꼭 아내를 데리고 나오던 사람이었다"며 "봉사활동을 열심히 했는데 장애인과 노인들을 위해 1년에 한 번씩 자기 차에 태우고 전국 여행을 시켜줬다"고 씁쓸해했다.

B씨가 소속된 운수회사 홈페이지에는 "승객들을 살리려고 노력했을 기사님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픕니다", "친절, 안전운전 했던 기사님의 명복을 빕니다" 등 애도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사고가 난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 제2지하차도에서는 지난 15일 오전 8시 40분께 인근 미호강 제방이 터지면서 유입된 하천수로 시내버스 등 차량 17대가 침수됐다.

사고 직후 현장에서는 9명이 극적으로 구조되기도 했다.

하지만 지하차도에서 13명이 미처 빠져나오지 못해 목숨을 잃었다.

kw@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