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토론회서 교사들 '교권 침해' 하소연…"뺨 맞아도 할 수 있는 일 없어"

민주 "교사 인권 보호 제도 마련 최선"

(서울=연합뉴스) 정수연 기자 = "구구단을 외우지 못하는 아이를 남겨 공부시키는 것도 정서학대라며 민원이 들어왔다"

"학생에게 뺨을 맞아도 교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교사가 최근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과 관련해 27일 열린 국회 토론회에서 교사들과 교육계 관계자들이 그간 겪었던 고충을 쏟아냈다.

김동석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교권본부장은 이날 국회 교육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김철민 의원실 등이 주최한 '교원의 교육활동 보호,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에서 교사들이 겪은 각종 악성 민원과 피해 사례를 발표했다.

매월 80만원의 돈을 요구하고 거부하자 아동학대로 신고하거나, 수행평가에서 '노력요함'을 줬다고 아동학대로 신고하는 등 학부모로 인한 고충부터 학생이 성희롱, 폭행, 욕설을 한 사례 등이다.

학부모로부터 "차에 폭탄을 설치해 죽이겠다", "가위로 목을 자르겠다"는 협박을 받았다는 사례도 나왔다.

전국초등교사노조는 초등학교 교사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교권 침해 사례 설문 결과를 소개했다.

학부모가 "도끼와 칼 등 흉기를 들고 쫓아가겠다"고 협박한 사례, 장염에 걸린 아이의 화장실 이용 횟수를 확인하라고 요구한 사례, 선생이 학생에게 발표를 시켜 아이에게 '선택적 함묵증'(특정 상황에서 거의 말을 하지 않는 상태)이 생겼다며 아동학대로 신고한 사례 등이 설문에서 나왔다.

이밖에 학부모가 "우리 애 졸업할 때까지 결혼하지 마세요", "임신하지 마세요"라고 언급한 일은 인권 침해 사례로 소개됐다.

사례를 발표한 박소영 전국초등교사노조 정책국장은 "아동학대 신고로부터 교사를 보호할 수 있도록 법안 개정이 필요하다"면서 "반복적 악성 민원인에 대해서는 경찰에 인계하고, 업무시간 외에는 (교원에 대한) 연락을 차단하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혜원초등학교 교사 고요한 씨는 서이초 사건을 들어 "예견된 일이었다"면서 "교사가 (학생의) 문제 행동에 주는 레드카드는 정서적 아동학대 고소장으로 되돌아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입안이 찢어지고 깁스하고, 학생에게 뺨을 맞아도 교사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고 호소했다.

민주당은 교권 보호를 위한 제도 마련을 강조했다.

김민석 정책위의장은 "교사들이 학부모의 과도한 부당한 소송 압박에서 벗어나, 건강한 교실을 회복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유기홍 의원은 "이번 일이 또 하나의 정쟁이 되지 않고 선생님들이 바라는 교육활동 보호, 교사 인권 보호를 위한 제도 마련의 계기가 되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js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