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조실, 행복청·충북도·청주시 등 공무원 34명 수사의뢰

"수많은 기회 있었지만, 기회 살린 기관 없었다"…人災 못박아

(청주=연합뉴스) 전창해 기자 = 청주 오송 지하차도 참사와 관련해 국무조정실로부터 수사 의뢰된 공무원이 무려 34명에 이른다.

이중 얼마나 재판에 넘겨질지는 검찰 수사 결과를 기다려봐야 하겠지만, 한 사고로 이처럼 많은 공무원이 형사 처벌 위기에 처한 건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28일 국조실 발표에 따르면 오송 참사는 미호강 미호천교 다리 공사 현장의 부실 관리, 또 지자체 등 관계 기관이 계속된 경고를 무시한 상황이 겹치면서 벌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국조실은 이 같은 감찰 결과를 토대로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 8명, 충북도 9명, 충북경찰청 6명, 청주시 6명, 충북소방본부 5명 등 총 34명의 공무원을 대검찰청에 수사 의뢰했다.

국조실은 이번 참사와 직·간접적으로 관련 있는 모든 기관에서 공무원들의 직무 태만이 만연해 있던 것으로 봤다.

수사 의뢰 대상자가 전례 없이 많은 이유이기도 하다.

오송 참사와 '판박이 사고'로 거론되는 부산 지하차도 침수 사고도 처벌 대상 규모가 이 정도는 아니었다.

2020년 7월 23일 폭우로 침수된 부산 동구 초량1지하차도에서는 3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다.

이때도 지자체의 부실 대응으로 교통 통제가 안 돼 인명피해가 났다.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공무원은 동구청 소속의 총 11명이었다.

이들은 1심 재판에서 모두 유죄를 선고받았다.

특히 휴가 중이던 구청장을 대신해 지휘·감독 책임을 맡은 부구청장에게는 금고 1년 2개월이 내려졌다.

지난해 9월 6일 태풍 '힌남노' 때 경북 포항 인덕동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 침수로 주민 7명이 사망한 사고는 아직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16명이 입건됐다.

여기에는 농어촌공사와 아파트 관리소 관계자가 주를 이루고, 공무원은 이강덕 포항시장 등 6명이 포함됐다.

경찰은 포항시가 사고 현장 인근 하천정비사업을 하면서 보행로를 만들거나 운동기구를 설치해 물 흐름을 방해하는 등 전반적인 관리에 책임이 있다고 봤다.

멀게는 1994년 10월 21일 32명이 사망한 성수대교 붕괴사고 때 교량의 유지·관리 책임이 있는 서울시 공무원 14명이 재판에 회부된 사례가 있다. 이들에게는 모두 유죄가 선고됐다.

일각에서는 국조실 감찰에서 오송 참사가 인재(人災)임이 드러난 만큼 관계 공무원의 무더기 형사 처벌이 역대 최대에 이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조실 관계자는 "수많은 기회가 있었지만 그 기회를 살린 기관이 없었고, 결국 비극적인 피해가 발생했다"며 "모든 관련 기관에서 지위를 막론하고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으면 상응하는 조처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사고가 공직사회의 안일하고 부실한 조처로 인한 인재임을 명확히 하면서 확실히 책임을 가리겠다는 얘기다.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는 지난 15일 오전 8시 40분께 인근 미호강 제방이 터지면서 유입된 하천수로 시내버스 등 차량 17대가 침수됐다. 이 사고로 14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쳤다.

jeonc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