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 1천300명 실종상태…캐나다 '통제불능' 임박

스페인·그리스 등 남유럽도 가뭄 속 발화에 속수무책

"기후변화 따른 가뭄·강풍에 잡초가 인화성 연료 돌변"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북미와 유럽 등 세계 곳곳이 전례를 찾기 어려운 산불로 고통을 받고 있다.

이들 산불의 직접적 발화 원인은 다르지만 궁극적으로는 모두 기후변화 때문에 대규모로 번져 피해가 심각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 실종 1천300명…미국 화재역사 새로 쓴 하와이 산불

하와이 마우이섬에는 지난 8일 발생한 산불로 이 섬 도시 라하이나가 소실되는 등 큰 피해를 봤다.

20일(현지시간) 현재 사망자 수는 100명을 훌쩍 넘었고 실종자 수도 최대 1천300명에 이른다.

조시 그린 하와이 주지사는 산불로 모두 2천700여채의 건물이 파괴됐고, 피해 규모는 약 60억 달러(8조580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마우이섬의 정확한 산불 원인은 파악되지 않았으나 현지 대형 전력회사인 하와이안 일렉트릭이 관리하는 송전선이 강풍에 끊겨 스파크를 일으키면서 산불을 일으켰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 캐나다에도 통제불능 향해가는 역대급 산불

캐나다에서는 전국적으로 1천건에 달하는 산불이 진행 중이며 현재까지 피해 면적은 미국 뉴욕주 전체 크기에 해당하는 14만㎢에 달한다.

강한 바람과 건조한 날씨로 기존 산불은 순식간에 확산하면서 진압을 어렵게 하고 있고, 여기에 곳곳에서 새로운 산불이 생겨나고 있다.

서부 브리티시 컬럼비아주에서는 산불이 통제 불능 상태로 내륙을 관통하며 급속히 확산하자 지난 18일 비상사태가 선포됐다.

3만5천명을 대상으로 대피령이 내려진 데 이어 3만명이 대피 경보를 받았다.

북극해에 인접한 노스웨스트 준주도 지난 15일 산불로 인한 비상사태를 선언하고 전 주민 2만명을 대상으로 대피령을 발령했다.

캐나다 전역을 뒤덮은 대규모 산불 원인은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는 않았으나, 일부는 번개로 인해 발화했고 기후변화가 야기한 '열돔' 현상이 확산시켰다는 분석이 나왔다.

열돔은 고온의 공기 덩어리가 고압의 대기층 아래 갇혀 열기를 뚜껑처럼 가두는 현상이다.

◇ 남유럽도 갑작스러운 화재에 속수무책

북미뿐 아니라 유럽에서도 산불이 쉽게 꺼지지 않고 있다.

그리스에서는 터키와의 국경과 가까운 북동부 지역에서 발생한 산불로 19일 알렉산드루폴리스 인근 8개 마을 주민이 대피한 데 이어 20일에도 5개 마을 주민이 대피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인근 고속도로 일부 구간이 폐쇄됐고, 주택 6채와 교회 등 건물들이 불에 탔다.

그리스에서는 앞서 지난달에도 동남부 로도스섬을 비롯한 곳곳에서 산불이 발생했다.

그리스 당국은 7월 한 달 동안 전국적으로 산불 1천470건이 발생했으며 대체로 방화 등 사람에 의한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기후 변화로 인한 강풍, 폭염과 건조한 날씨 등으로 인해 불길이 크게 번진 것으로 분석했다.

스페인 카나리아제도에서도 지난 15일 밤 산불이 시작돼 1만1천600헥타르(116㎢)가 불탔고 주민 2만6천여명이 대피했다.

당국은 이날 산불이 방화로 인해 시작됐다는 경찰의 보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 "발화 방식 달라도 대형재난 근본원인은 기후변화"

이들 산불은 발생 지역도, 직접 발화 원인도 다소 다르지만 결국 기후변화에 의해 시작됐거나 피해 규모가 커졌다는 공통점이 있다.

환경학자들은 기후변화 때문에 대규모 화재의 여건을 최적화하는 가뭄 같은 극단적 기상이 빈발한다고 본다.

기온은 상승하고 비가 오지 않아 건조한 날씨와 가뭄이 지속되면 식물은 바싹 말라 불쏘시개로 변한다.

산불이 쉽게 일어날 뿐만 아니라 일단 발생하면 더 빨리 더 크게 번지며 진화도 어려워지는 게 최근 목격된 현상이다.

캐나다 CBC 방송은 전문가들을 인용해 최근 들어 발생하는 역대급 산불은 그 원인이 복합적이고 여러 요소가 산불을 악화시키지만 결국 기후 변화가 큰 역할을 한다고 보도했다.

최근 1970년대 이후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발생한 산불을 컴퓨터 모델링으로 분석한 연구에서 지구 온난화로 인해 산불로 불에 타는 면적이 172% 증가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다.

산불을 연구하는 마이크 플래니건 캐나다 톰슨 리버스 대학교 교수는 현재 통제 불능 상태로 산불이 번지는 브리티시 컬럼비아주의 경우 10년 전보다 여름은 더 덥고 건조해졌으며 산불 시즌은 더 일찍 시작되고 늦게 끝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의 숲 관리 방식은 1980년대부터 이어져 왔다"며 "지금 이 믿을 수 없는 산불 시즌을 맞은 것은 기후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플래니건 교수는 인간이 초래한 기후 변화로 인해 식물은 더 말라서 불이 붙기 쉬워졌고 대기가 불안정해져 번개가 더 많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브리티시 컬럼비아 주에서 올해 발생한 화재 중 70% 이상이 번개에 의해 발생했다고 CBC는 전했다.

플래니건 교수는 덥고 건조하고 바람이 많이 불면 거의 모든 것이 탈 수 있다면서 "상황이 극단적이면 초목이 연료가 돼 불에 탄다"고 지적했다.

dy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