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 고 김혜빈 양 실명·사진 공개…밝고 긍정적 성격의 미대생

"가해자의 서사보다 고인의 밝았던 생전 모습이 더 기억됐으면"

(수원=연합뉴스) 권준우 기자 = "가해자가 어떤지보다 혜빈이가 얼마나 밝고 좋은 사람이었는지가 사람들의 기억에 더 오래 남았으면 좋겠어요."

29일 오후 경기 수원시 아주대학교 장례식장에서 만난 고 김혜빈(20) 씨의 친구들은 젖은 눈빛으로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김씨는 '분당 흉기 난동 사건'의 피해자다. 지난 3일 피의자 최원종(22)이 몰고 인도로 돌진한 차량에 치여 뇌사 상태로 연명치료를 받아오다 25일 만인 전날 밤 끝내 숨졌다.

김씨의 친구들은 고인에 관해 묻는 기자에게 "웃긴 녀석"이라고 짧게 말하며 고인과의 추억을 떠올렸다. 김씨는 밝고 긍정적인 성격의 미대생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SNS에 자신의 그림을 곧잘 올리며 '세상이 주신 것들에 감사하다'는 등의 글귀를 함께 덧붙이는 순수한 사람이었다고 한다.

김씨의 유족은 "가족에게 줄 수 있는 사랑을 다 준 외동딸이었다"며 "밝고 장난기가 많았고 착실하고, 책임감도 강했다"고 말했다.

사고 당시 김씨는 학원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뒤 집으로 오는 길이었다.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사고 소식을 접한 김씨의 친구들은 상상도 못 한 참변에 말을 이을 수 없었다고 한다.

김씨의 친구는 "처음 소식을 듣고 흉기에 다친 피해자일 거로 생각했는데 차에 치여 심정지 상태로 이송됐을 거라곤 상상 못 했다"며 "그 이후 여러 차례 병원을 찾아 쾌유를 빌었는데 결국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듣고 황망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람들이 가해자 최원종이 어떤 사람이고 얼마나 제정신이 아니었는지만 이야기하고 있다"며 "그보다는 불쌍하게 세상을 떠난 혜빈이가 얼마나 좋은 사람이었는지를 기억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김씨의 유족들은 이 같은 취지로 김씨의 이름과 영정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는 것을 허락했다. 다만 깊은 슬픔에 잠겨 있는 탓에 더 이상의 인터뷰는 사양한다고 밝혔다.

한편 최원종은 지난 3일 오후 5시 56분께 수인분당선 서현역과 연결된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 AK플라자 백화점 앞에서 보행자들을 향해 차량을 몰고 돌진했다. 그는 차가 멈춰서자 흉기를 들고 내려 시민들에게 마구 휘두른 혐의를 받고 있다.

이로 인해 차에 치였던 60대 여성 1명이 사건 발생 사흘 만인 6일 사망했고, 김씨도 뇌사 상태로 치료받다 전날 숨지면서 이 사건 사망자는 2명으로 늘었다.

이 밖에 또 다른 무고한 시민 12명이 다쳤다.

김씨의 발인은 오는 31일 오전 8시께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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