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살 때 미국 입양 38년만에 유일한 혈육 친오빠 상봉…"진짜 한국 이름까지 되찾아 기뻐"
[화제인물]
충북 음성 태생, 캘리포니아 40대 사진작가 엘리슨씨
2008년부터 3차례 방한 끈질긴 가족 찾기 노력 결실
"입양 때 이름 바꾸던 관행이 뿌리 찾기 최대 걸림돌"
"이자영인줄 알았는데 조원님이었네요."
38년 전 미국으로 입양된 40세 여성이 추석을 앞두고 국내 지방자치단체의 도움으로 가족을 찾았다.
미국으로 입양된 엘리슨 크리스티아나(40) 씨가 충북 청주시의 도움으로 38년 만에 가족을 찾았다. 엘리슨씨는 21일 고향인 음성에서 자신의 친오빠와 만난다.
충북 음성에서 태어난 엘리슨씨는 1985년 부모님이 갑자기 사망하면서 할머니 손에서 자라게 됐다. 하지만 경제적 형편이 어려워져 충북희망원에 맡겨졌고, 이후 미국으로 입양됐다.
캘리포니아에서 사진작가로 활동하던 앨리슨씨가 가족 찾기에 나선 것은 2008년부터다. 그는 두 차례나 한국을 찾았지만 가족을 찾지는 못했다. 입양 기록에 담긴 정보로는 가족을 찾을 수 없었다.
이에 올해 세 번째 방문을 앞두고 입양인의 뿌리 찾기를 돕는 단체인 '배냇'에 도움을 요청했다.
단체를 통해 충북희망원에 1985년 5~10월 6개월간 머물렀던 기록을 확인한 앨리슨씨는 관련 자료를 청주시에 요청했다. 청주시 아동복지과 직원들은 이달 초 충북희망원 자료를 확인하다 엘리슨씨로 추정되는 위탁보호의뢰서를 발견했다.
위탁보호의뢰서에는 엘리슨씨가 입양 직전까지 생활했던 자세한 주소와 실제 이름이 있었다. 엘리슨씨는 그동안 자신의 이름을 이자영으로 알고 있었으나, 이 이름은 충북희망원이 엘리슨씨에게 붙여준 이름이었다.
위탁보호의뢰서에 적힌 엘리슨씨의 진짜 이름은 조원님이었다.
이에대해 김유경 베냇 대표는 "과거 입양 기관들은 해외 입양을 보내는 아이의 이름을 임의로 바꾸곤 했다"며 "새로운 삶을 살라는 의미에서 그랬다는 데 해외 입양인이 자기 뿌리를 찾는 데 가장 커다란 걸림돌이 된다"고 말했다.
직원들은 조원님이라는 진짜 이름이 담긴 자료를 바탕으로 해당 마을 이장에게 정확한 신원도 파악할 수 있었다. 어렸을때 그를 키운 할머니는 2014년 세상을 떠났으나 유일한 혈육인 친오빠가 아직 살아 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남편과 함께 한국에 들어온 엘리슨씨는 "입양인들 사이에 거의 기적으로 여겨지는 가족을 만나게 되고 친부모가 지어준 진짜 이름을 찾은 것이 꿈만 같다"며 "청주시의 도움에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