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재벌 호화요트 막대한 유지비 부담 골치 … 배 값의 10%  … 월 14억 드는 요트도

[카브리해 앤티가 바부다]

완전 몰수·매각까지 법적 절차 최장 수년 걸려

세계 각국이 우크라이나전 이후 러시아 재벌들의 호화요트·저택 등 자산 동결·압류에 나섰지만, 막대한 유지비 부담으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5일 조명했다.
카리브해 섬나라인 앤티가 바부다가 관리하고 있는 호화요트 '알파 네로'(Alfa Nero)는 러시아 화학·비료회사 포스아그 창업자로서 미국 등의 제재 대상인 안드레이 구리예프(62) 소유로 추정된다. 약 82m 길이의 알파 네로는 12m짜리 인피니티풀, 자쿠지, 헬기장 등 초호화 시설을 갖췄다.

미 해외자산통제국(OFAC)에 따르면 구리예프는 2014년 이 요트를 1억2천만 달러(약 1천600억원)에 사들였으며, 주로 구리예프의 아내와 아들이 사용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구리예프가 알파 네로는 자신의 소유가 아니라고 부인하는 가운데 이 배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작년 2월부터 앤티가 바부다의 팰머스 항구에 방치된 상태다. 이에 따라 앤티가 바부다 정부는 알파 네로의 매각을 추진하고 있지만, 문제는 이 배의 가치를 유지하는 데 드는 막대한 유지비다.

이 배의 공조시설 가동에만 하루 2천 달러(약 267만원) 상당의 경유가 필요하다. 만약 공조시설이 꺼지면 이틀 안에 배 안에 곰팡이가 퍼져 목재 인테리어와 배에 실려 있는 호안 미로의 회화 작품이 손상될 가능성이 있다고 WSJ은 전했다.
또 당초 37명에 이른 승무원들은 급료가 끊기자 대다수가 떠났고 최소한의 필수 인원인 선장 등 6명만 남았는데, 이들의 급료도 앤티가 바부다 정부가 부담하고 있다. 만약 이들마저 알파 네로를 떠나 배를 움직일 수 없게 되면 배가 뒤집어져 항구 마비 사태로 이어질 수도 있어 달리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앤티가 바부다 정부는 1주일에 2만8천 달러(약 3천740만원)를 알파 네로 유지에 지출하고 있으며, 이는 인구 9만3천명의 '초소형 국가'인 이 나라에는 '악몽'과 같은 상황이라고 WSJ은 지적했다.

작년 2월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이후 서방 각국은 블라디미르 푸틴 정권과 유착한 러시아 올리가르히(신흥재벌)들의 재산을 줄줄이 압류하면서 이들 자산을 현금화해 우크라이나에 지원하겠다는 구상을 내놓았다.
하지만 단순한 자산 동결과 달리 자산을 완전히 몰수, 소유권을 빼앗아 제3자에 매각하는 것은 많은 경우 수개월 또는 수년에 걸쳐 재판 등 복잡한 법적 절차를 거쳐야만 가능하다. 제재받은 인물이 해당 자산의 소유주이고 그가 범법행위를 저질렀음을 당국이 입증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소 4척의 요트·호화저택 20채·자동차·미술작품 등 러시아 관련 자산을 압류한 이탈리아의 경우 정부가 작년 1천370만 유로(약 195억원)를 요트·저택 유지비로 배정했으며, 실제 유지비는 훨씬 많이 들 것으로 관리들은 보고 있다. 이 중 러시아 억만장자 안드레이 멜니첸코의 요트로 가치가 5억3천만 유로인 '세일링 요트 A'의 경우 월 유지비가 약 100만 유로(약 14억원)에 달한다.
한 호화요트 전문가는 호화요트의 연간 유지비가 통상 요트 값의 약 10%에 이른다고 추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