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이재명 혐의 중 유일하게 '소명된다' 판단…분리 기소 검토

양형기준상 '재판 결과 영향' 등 가중요소…기소 후 결과는 미지수

(서울=연합뉴스) 이보배 황윤기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불리한 형국에 놓인 검찰의 '반격 카드'로 위증교사 혐의가 주목받고 있다.

법원이 이 대표의 영장 기각 사유와 관련, 백현동 특혜 및 대북송금 의혹 혐의에는 다소간 다툼의 여지가 있다면서도 위증교사에 대해선 사실상 유죄가 선고될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을 내놓으면서다.

◇ 백현동 압수물 분석 과정서 4년 전 위증 혐의 포착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위증교사 혐의는 본류인 백현동 의혹 수사 과정에서 뻗어 나온 '지류 사건'에 해당한다.

서울중앙지검은 경찰에서 백현동 사건을 송치받은 후 올해 2월7일 '대관 로비스트' 김인섭(구속기소)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의 주거지 등 40여곳을 압수수색했다.

대상에는 김 전 대표와 공모해 인허가 대가로 거액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측근 사업가 김진성 씨의 주거지도 포함됐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김씨가 2019년 2월14일 이 대표의 재판에서 위증한 정황을 추가 포착했다.

김씨가 2018년 12월부터 녹음해둔 이 대표와의 통화 녹음파일을 통해서다.

여기에는 과거 '검사 사칭' 사건과 관련해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기소된 이 대표가 여러 차례 전화해 자신의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그런 얘기를 들었다고 해주면 되지 뭐"라며 위증을 요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와 관련해 검찰이 3월 김씨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은 법원에서 기각됐지만, 오히려 이후 김씨의 입장이 바뀌면서 검찰 수사는 탄력을 받았다.

김씨는 영장 청구 전까지 사실관계는 인정하면서도 위증은 아니라는 입장을 취했는데, 기각 후 조사에서는 "현직 도지사 요구를 차마 거부하기 어려워 위증했다"고 자백했다고 한다.

◇ 법원 "혐의 소명" 판단…먼저 기소해 수사동력 확보 시도하나

검찰은 이에 따라 지난달 18일 이 대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위증교사 혐의도 포함했지만, 여전히 수백억원대 배임·뇌물 혐의에 가려 주목받지 못했다.

그러나 법원이 27일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혐의별로 소명 정도를 달리 판단한 법원은 위증교사 혐의에 대해서는 "소명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진실을 증언해달라고 부탁했을 뿐"이라는 이 대표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사실상 유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수사 동력이 약화할 위기에 직면한 검찰로서는 최소한의 정당성을 확보하고 이 대표를 다시 압박할 '반격 카드'를 얻은 셈이다.

이 때문에 검찰은 위증교사 혐의로 이 대표를 먼저 기소하는 방안도 하나의 선택지로 고려하고 있다.

수사를 지연한다는 비판을 차단할 수 있는 데다 사건 구조가 단순한 만큼 재판을 일찍 마무리할 수 있고, 유죄 판결을 받아낸다면 남은 수사에서 동력을 얻을 수 있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검찰 내부적으로는 과거 판례 등으로 미뤄 위증교사 혐의만으로도 징역형 이상을 끌어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대법원 양형기준상 위증을 교사한 경우, 위증이 재판 결과에 영향을 미친 경우 등은 가중요소로 고려된다.

지난해 부산지법 동부지원은 31억원대 탈세 혐의로 재판받던 주유소 운영자가 직원에게 위증을 교사한 사건에서 징역 2년을 선고했고, 이는 2심을 거쳐 확정됐다. 이 운영자는 위증 덕분에 일부 혐의에 대해 무죄를 확정받았다.

재판부는 "위증은 적절한 형벌권 행사에 관한 사법기능을 훼손하는 행위로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며, 허위 진술 교사로 무죄판결을 받은 것으로 그 죄책이 무겁다"고 지적했다.

2019년 대구지법 포항지원은 공직선거법상 허위 사실 공표 혐의로 재판받던 도의원이 선거공보 제작자에게 위증을 지시한 사건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위증죄의 사회적 해악성이 무겁고, 도의원으로 보다 높은 도덕성과 준법정신을 요구받고 있다"면서도 범행이 재판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고 범행을 인정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법원 영장심사 단계에서의 '혐의 소명' 판단과 달리 형사재판의 경우 더 엄격한 입증을 요구하는 '증명'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이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가 유죄 판결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많다.

사건의 본류 격인 백현동 개발 특혜 혐의가 기소될 경우 재판이 병합돼 또 장기화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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