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 주민 대표 아닌 테러집단" 고립 전략

"아랍 각국 '팔레스타인 저항 지지' 국내 여론에 부담"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내 전면전이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미국이 중동 국가들을 상대로 전방위 외교전을 벌이고 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지난 12일(현지시간) 이스라엘에 도착해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 회담한 뒤 요르단·카타르·바레인·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 각국 지도자들을 만났다.

이어 16일 추가 협의를 위해 이스라엘은 재방문하기로 했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재점령에 부정적 입장을 내비친 조 바이든 대통령이 이스라엘을 직접 방문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까지 나왔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4일 블링컨 장관이 이번 중동 순방에서 하마스를 고립시키고 레바논의 무장조직 헤즈볼라와 그 후원자 이란의 위협에 맞서기 위해 이스라엘에 대한 아랍 국가들의 불신을 떨쳐내기 위해 노력했다고 정리했다.

미국은 중동 지역에서 전통적으로 반목해온 이스라엘과 주요 아랍국들간 관계를 안정화한다는 노선을 이어 왔으나 이번 가자지구 무력 충돌로 셈법은 매우 복잡해진 상황이다.

블링컨 장관은 파이살 빈 파르한 사우디 외무장관을 만나기에 앞서 "하마스는 팔레스타인 주민을 대표하지 않는다"며 "하마스는 테러집단이다. 유일한 현안은 이스라엘을 파괴하고 유대인들을 살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아랍권 지도자들은 가자지구 폭격으로 인해 하마스가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합법적 통치자라는 이미지가 강화되고 이란의 지원을 받는 헤즈볼라 등 무장세력이 덩달아 대담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WSJ은 그러나 이스라엘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은 아랍권 국가들의 마음을 되돌리기가 쉬운 일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아랍권 국가에서는 이스라엘에 대항하는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한 대중적 지지가 높은 만큼 지도부가 이를 거스르고 공개적으로 하마스를 비난하기 어렵다. 이 점을 미국 당국자들도 인지하고 있다.

실제로 이슬람 수니파 종주국인 사우디도 이번 사태와 관련해 이스라엘을 비판하는 것으로 대응했다. 사우디는 이번 사태로 미국의 적극적인 중재로 진행 중이던 이스라엘과의 국교 수립 협상도 중단했다.

카타르는 인질 석방 협상을 위해서라도 하마스와 계속 접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셰이크 무함마드 빈 압둘라흐만 알사니 카타르 총리 겸 외무장관은 지난 13일 기자회견에서 "이 분쟁을 끝내는 데 집중하는 한 하마스 사무실은 계속 열려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2020년 9월 미국의 중재로 '아브라함 협약'을 맺고 이스라엘과 국교를 수립한 바레인과 아랍에미리트는 하마스를 비난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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