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보디캠·블랙박스 등 43분 분량 편집본 취재진에 상영

"10명 살해" 자랑하기도…체포된 대원 "인질 데려가면 아파트 포상"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지난 7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급습할 당시 참수와 유아살해 등 잔혹 행위를 저지른 정황이 담긴 영상이 공개됐다.

이스라엘 정부는 23일(현지시간) 텔아비브의 군사기지에서 취재진 200명을 대상으로 43분 분량의 영상을 상영했다.

영상은 보안 카메라와 하마스 대원들이 공격 당시 착용한 보디캠, 차량 블랙박스, 휴대전화 동영상 등을 편집한 것이다.

이스라엘 측은 참석자들에게 녹화를 허용하지 않았으나 이스라엘 군복 차림의 하마스 조직원들이 시골 도로를 달리는 차량에 총격하는 약 1분 분량의 영상은 대중에 공개했다.

영상을 보면 왕복 2차로를 달리던 소형 승용차가 총격을 받은 이후 방향을 제대로 잡지 못하다가 서 있던 다른 차량을 들이받는다. 앞좌석에 두 사람이 쓰러져 있는 모습도 하마스 조직원 보디캠에 찍혔다.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과 영국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영상에는 복부에 피를 흘린 채 몸부림치는 한 남성의 목을 농기구로 베려고 반복적으로 시도하는 장면이 찍혔다. 동남아시아계로 보이는 이 남성은 농촌의 외국인 노동자로 보인다고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전했다.

또다른 영상에는 머리가 심하게 훼손된 채 일부가 불탄 여성의 시신이 자신의 가족인지 확인하려는 한 이스라엘 여성의 모습이 담겼다. 사망한 여성은 속옷이 벗겨지고 겉옷은 허리까지 들어올려져 있었다.

미키 에델스타인 소장은 상영이 끝난 뒤 취재진에게 강간 피해의 증거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아버지와 7∼9세로 보이는 두 아들이 속옷 차림으로 공습 대피소로 뛰어가는 모습도 기록됐다. 하마스가 수류탄을 던져 아버지가 사망했고 아이들은 피를 흘리며 뛰쳐나왔다.

아들은 "아빠가 죽었어. 장난이 아니야"라고 소리치자 또다른 아들이 "나도 봤어. 나는 왜 살아있지?"라며 비명을 지른다.

한 하마스 대원은 다친 이스라엘 여군에게 총을 쏴 살해한 뒤 환호하며 가족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는 "내 손으로 유대인 10명을 죽였다. 지금 숨진 유대인 여자의 전화로 통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상을 본 한 기자는 트위터에서 하마스 대원이 테이블 아래 숨어있던 소녀에게 몇 마디를 건넨 뒤 총을 쏴 살해했다고 전했다.

키부츠(집단농장)에서 하마스 대원이 자축하며 사망한 것으로 보이는 민간인의 시체에 총을 쏘는 장면도 담겼다.

이스라엘 측은 성폭행 등 전쟁범죄를 부인하는 하마스를 '홀로코스트(나치의 유대인 대학살) 부정'에 빗대며 영상을 공개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스라엘군은 '가능한 많은 사람을 쏘고, 인질을 잡고, 그 중 일부는 차량을 이용해 가자지구로 데려가야 한다', '문제가 있거나 위협되는 사람은 살해하라' 등의 지침이 담긴 하마스 문건과 체포한 하마스 조직원 심문 영상도 공개했다.

한 조직원은 "(가자지구로) 인질을 데려가면 1만 달러와 아파트를 받는다"며 공격한 마을을 점령하고 주민을 살해·납치한 뒤 진지를 구축할 계획이었다고 말했다.

또다른 대원은 "여성과 어린이를 납치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진술했다.

이들은 자신이 한 행동이 허용되는지 묻자 모두 "아니다. 이슬람교 여성과 아동 살해를 허락하지 않는다"고 답했다고 예루살렘포스트가 전했다.

dad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