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0년간 학생 100여명 성적 스트레스로 사망"

[인도]

코타, 학원 50여개 몰린 “명문대생 배출 공장”
곳곳에 합격생 이름·사진·순위 적힌 대형 간판

20만명 이상 임시숙소 생활하며 죽기살기 공부
부모들, 신분상승 경로 공대 입학 자녀들 압박

‘인도판 대치동’으로 불리는 인도 북서부 라자스탄주 코타(Kota)지역 학생들의 극단적 선택이 갑자기 늘어 당국이 조사에 착수했다.

라자스탄주 당국에 따르면 코타 지역에서 최근 10년간 성적 스트레스 등으로 10대 학생 적어도 100명이 숨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올해에는 역대 가장 많은 25명 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드러나자 라자스탄주 정부는 부랴부랴 학생 성적 공개 금지 등의 보다 적극적인 대책 마련에 나섰다.

코타는 대형 학원 12곳과 50개 이상의 중소형들이 학원들이 대거 몰려있는 곳이다. 인도 학생들이 가장 진학을 꿈꾸는 인도공과대학의 합격생 3명 중 1명이 바로 이 코타 지역의 입시학원에 다녔을 정도다.

또 다른 인도의 명문 공대인 인도 국립공과대학(NIT) 등 입학생을 대거 배출하는 공장 같다고 해서 ‘코타 팩토리’라는 별명도 있다. 아예 다니던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이곳에서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도 수두룩하다.

영국 BBC는 코타를 “자녀의 명문대 합격은 인도 부모들의 최고 목표”라며 “명문 의대와 공대 입학은 인도에서 고소득자가 되는 지름길”이라고 소개했다.

코타 곳곳에는 합격생의 이름·사진·순위가 적힌 대형 광고판이 세워져 있다. 20만 명 이상이 코타에서 공부하기 위해 호스텔이나 임대 숙소에서 생활한다. 이 들중에는 13세의 어린 학생들도 있다. 코타에 있는 학원비는 연간 10만 루피(약 163만 원)로 인도 서민의 연봉에 육박하는 금액이다.

특히 신분 사다리를 오를 수 있는 유력한 경로로 꼽히는 공대 입시는 더욱 치열하다. 결국 부모들은 큰 금액을 들여 학원비를 지불하며 고소득 직업을 얻을 수 있는 명문 공대·의대 합격에 자녀들을 압박한다.

코타의 유명 학원 관계자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학생들 스트레스가 더 심해졌다”고 말했다. 인도 정부 통계에 따르면 인도에서는 2021년 학생 1만3000명 이상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020년보다 4.5% 증가한 것이다.

이에 라자스탄주 정부는 학원가를 대상으로 더 엄격한 규정을 마련했다. 지난 9월 29일에는 14세 이하 학생에게 입학을 권유하지 않고 시험 결과를 공개하지 않는 등의 내용으로 지침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