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금기 압도한 하마스 테러의 슬픔과 분노

"국민 거의 모두가 두세 다리 건너면 희생자 알아"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기습에 따른 슬픔과 분노를 잊지 않겠다며 몸에 문신을 새기는 이스라엘인이 속출하고 있다.

8일(현지시간) 더타임스에 따르면 많은 이스라엘인들이 테러가 발생한 날짜 10월 7일과 희생자를 기리는 무늬를 몸에 그려 넣었다.

문신 시술자인 엘리아브 우잔은 "'7/10'을 얼마나 많이 그렸는지 까먹었다"며 "이제 눈을 감고도 '7/10'을 그려낸다"고 말했다.

하마스는 지난달 7일 이스라엘에 침투해 잔혹행위와 함께 이스라엘인 약 1천400명을 살해했다.

이스라엘에서 일부 유행을 타는 청년들을 제외하면 문신은 전반적으로 금기로 여겨져 왔다.

구약성서에 문신을 금지하는 듯한 문구가 있고 과거 독일 나치 정권에 학살된 희생자들의 번호를 연상시키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족이나 친구를 잃은 이들은 하마스 기습을 기억하고 망자를 애도하려고 문신을 하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진다.

마얀 다비드 보르(27)는 "친구를 죽지 않는 존재로 만들려고 내 다리에 공간을 내줬다"고 말했다.

보르의 친구는 불에 심하게 탄 시신으로 발견돼 유전자 검사 끝에 신원이 확인됐다.

더타임스는 아는 사람 두세 다리만 건너면 하마스 조직원의 손에 그렇게 죽은 지인이 없는 이스라엘인이 거의 없을 정도라고 전했다.

문신 기술가인 리아브 포러는 "전쟁통에 누가 문신을 하러 올까 싶었는데 어느 순간 내가 매일 문신을 시술하고 있더라"고 말했다.

시술자들은 이번 사태 전까지 사랑하는 이나 자녀의 생일이 아닌 다른 숫자를 몸에 새기는 경우가 드물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군은 하마스를 곁에 두지 못할 안보 위협으로 보고 근거지인 팔레스타인 자치구 가자지구를 침공했다.

가자지구에서 공습과 지상전에 1만명이 넘는 사망자가 나왔으나 이스라엘군은 하마스 전면 해체 때까지 공세를 늦추지 않겠다는 태세다.

jangj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