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3세, 英 한인타운 첫 방문…김치 생일 선물 받고 농담

[금요화제]

국빈방문 尹대통령 만남 전 韓 문화 예습
수백여명 교민들 환영 "국격 상승 자부심"  

찰스 3세 국왕은 김치를 선물 받고선 "(먹으면 매워서) 머리가 터질까? (머리가) 남아 있을까?"라고 농담을 던졌다.
평소 매운 음식을 즐기지 않는 찰스 3세는 75세 생일(11월 14일)을 앞두고 선물로 김치와 김치 요리책을 받고 걱정하는 듯한 표정을 짓고는 웃으며 이처럼 말했다. 

영국 찰스 3세 국왕이 8일 유럽 최대 한인타운인 뉴몰든을 처음 방문해 한인들을 만났다. 지난 5월 대관식 후 첫 국빈인 윤석열 대통령의 방문에 힘을 실어주려는 뜻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20일부터 3박 4일간 국빈 자격으로 영국을 방문한다. 

찰스 3세 국왕은 이날 오후 런던 외곽의 뉴몰든 한인타운을 찾아 한인 사회 관계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한국 음식과 문화를 살펴봤다. 이날 차가운 가을비가 쏟아지는 날씨에도 한인타운 중심가엔 수백명이 모여서 찰스 3세를 기다렸고, 오후 1시 50분께 벤틀리 차량이 등장하자 큰 환호가 나왔다. 찰스 3세뿐 아니라 영국 왕실 고위 인사가 뉴몰든을 찾아와 한인 사회를 둘러본 것은 처음이다.

이날 선물한 김치는 이하연 대한민국김치협회장이 한국에서 담가 인편으로 전날 공수한 것이다. 김치 한 포기를 작은 항아리에 담아 보자기로 쌌다. 찰스 3세가 환경보호를 강조하는 점을 고려해서 포장은 보자기로 했다.
찰스 3세에게 김치를 건넨 한영문화교류(KBCE) 설립자 장정은씨는 "식성에 맞춰서 고춧가루를 절반만 넣고 새우젓과 마늘은 끓여서 냄새를 줄였다"고 설명했다.

찰스 3세는 직접 우산을 들고 행사장인 뉴몰든 감리교회로 들어선 후 스피커에서 K팝 음악이 신나게 흘러나오는 가운데 양국 국기를 흔들며 한복을 입고 환영하는 한글학교 어린이들과 인사를 나눴다. 한영 수교 140주년 기념 전시를 둘러보고 김치를 선물로 받은 그는 한인 단체 대표들과 인사를 나누며 활동 내용에 관해 설명을 들었다. 찰스 3세는 노인회 가입 연령이 몇살이냐고 묻고는 65세라고 하자 자신은 기준을 훨씬 넘겼다고 말하며 웃었다.

뉴몰든 지역 한인 합창단의 '아름다운 나라'와 한인 무용가의 공연을 몰입한 표정으로 감상한 그는 무용가가 공연에 사용한 부채를 건네며 펴보라고 제안하자 시도해봤지만 잘 안되자 껄껄 웃기도 했다. 예정된 시간을 넘겨 가며 한인타운 방문을 즐긴 그는 "윤 대통령을 만나면 한국 문화에 관해 더 많이 알게 될 것"이라고 말한뒤 뉴몰든을 떠났다. 

한 교민은 "대관식 이후 첫 국빈 방문으로 한국 대통령을 초청했고 그 사전 행사로 교민 사회의 중심인 뉴몰든을 방문하는 것은 영국의 주요 파트너로 대한민국의 국격이 올라갔음을 느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