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12월 데드라인' 내세우며 현역 합류 주장…당 지도부 "실체 불분명"

친윤들 '지역구 사수' 의지…인요한은 "의사는 생사 갈릴 때 강제로 약 주입" 압박

(서울=연합뉴스) 류미나 최평천 김철선 기자 = 국민의힘에서 주류를 향한 '희생' 요구와 비주류인 이준석 전 대표의 '신당' 목소리가 동시에 커지는 모습이다.

이른바 친윤(친윤석열)으로 분류되는 주류 정치인들의 희생이 당의 변화와 쇄신을 가늠하는 잣대로 여겨지면서, 당이 바뀌지 않으면 신당을 만들겠다는 이 전 대표의 움직임과 맞물린 듯한 형국이 됐다.

이 전 대표는 지난 주말 자신이 3·8 전당대회 때 지지했던 '천아용인'(천하람·허은아·김용태·이기인) 4인방과 만나 신당 창당 구상을 공유했다. 이들은 국민의힘 현역 의원 6∼7명의 합류 가능성도 주장했다.

이기인 경기도의원은 13일 BBS 라디오에 나와 "주류의 입장을 대변하는 국회의원들이 먼저 연락해서 '당에 정말 문제가 많다', '인요한 혁신위로는 부족하다'라고 문제의식을 공유했다"고 말했다.

'이준석 신당' 움직임이 가속 페달을 밟을수록 당내에선 지도부와 친윤(친윤석열) 의원들의 행보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혁신위가 요구해온 이들의 불출마 또는 수도권 험지 출마가 이른바 이준석 신당의 창당 명분을 희석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인 위원장은 이날 MBC 라디오에서 "(희생 요구에) 역행하는 사람도 있다. 지역구에 그냥 조용히 출마하겠다는 그런 말들이 좀 나오고 있다"며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우유를 마실래, 아니면 매를 좀 맞고 우유를 마실래'"라고 거듭 압박했다.

인 위원장은 이어 JTBC 인터뷰에서도 "의사는 강제로 약을 환자를 먹이지는 않지만, 생사가 갈릴 때는 강제로 약을 주입한다"며 "정말 안 되겠다 싶으면 이제 특단(대책)이 나온다"고 말했다.

재선의 성일종 의원은 페이스북에 "혁신에는 희생과 아픔이 따르기 마련"이라며 "생존의 문제다.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겠다는 결기가 필요하다"고 적었다.

하지만, 지도부와 친윤계 내에서는 지역 경쟁력을 고려하지 않은 불출마·험지 출마 요구는 정당하지 않고, 총선 전체 전략을 보더라도 타이밍이 빠르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친윤계 핵심으로 꼽히는 장제원 의원은 지난 주말 자신의 외곽 조직인 '여원산악회' 행사에 참석 후 페이스북을 통해 "버스 92대 4천200명 회원이 운집했다"고 알렸다. 이는 자신의 지역 기반을 보여주려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친윤계 권성동 의원이나, 당 사무총장을 사퇴한 뒤 인재영입위원장으로 재등장한 이철규 의원도 자신의 거취에 대해선 뚜렷한 입장을 보이지 않고 있다.

당 지도부는 이 전 대표의 신당에 대해서도 언급을 자제했다.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이날 최고위원회 후 기자들의 관련 질문에 "현재 많이 보도는 됐지만, 내용과 형태에 대해서 분명해 보이지 않는다"며 "구체화하면 그때 말하겠다"고 답했다.

한 최고위원은 이 전 대표의 최근 행보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한풀이 정치의 느낌이 강하다"고 혹평했다.

다만 당내 일각에서는 이 전 대표 등을 더욱 적극적으로 포용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하태경 의원은 이날 '국민의힘, 이준석·유승민과 어떻게 연대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고 "수도권에서는 2∼3% 당락으로 결과가 정해진다"며 "이준석·유승민 두 사람이 우리 당과 함께 하지 않고 다른 길로 갈 경우에는 40∼50석 이상이 날아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zhe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