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7일 하마스 기습으로 이스라엘 1천200명 사망…240여명 인질로

이, 보복 공습 이어 지상전…하마스 "가자지구 1만4천명 사망"

병원 참사 등에 민간인 피해 속출…국제사회·인질가족 압박속 협상타결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전쟁을 시작한 지 46일 만인 22일(현지시간) 처음으로 일시 휴전에 합의했다.

하마스가 가자지구에 억류한 인질 약 50명을 풀어주는 것을 조건으로 교전을 중단하는 나흘 간의 짧은 휴전이다.

그동안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전쟁통에 1만5천명 이상 사망하고 인질 가족과 수많은 이재민이 고통받는 위기 속에 지옥 같은 한달 반을 보냈다.

전쟁은 10월 7일 하마스가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을 향해 로켓포를 쏟아붓고 이스라엘 정착촌 곳곳에 침투해 주민들을 무차별 살해하면서 시작됐다. 다른 무장정파 팔레스타인 이슬라믹 지하드(PIJ)도 하마스와 테러행위를 함께했다.

하마스는 이렇게 약 이스라엘인 1천200명의 목숨을 앗아갔을 뿐 아니라 240여 명을 붙잡아 가자지구에 끌고 갔다. 가자지구에 억류해놓고 살해 위협을 하면서 이스라엘의 공격을 막으려는 '인간방패' 전략을 쓴 것이다.

이스라엘은 하마스 기습 공격을 받은 즉시 전쟁을 선포하고 가자지구를 전면 봉쇄한 이후 대규모 보복 공습을 시작했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북부를 중심으로 하마스 은신처나 시설로 지목한 건물들에 공습을 가했다. 난민촌과 시장, 교회, 대학 건물 등이 폭격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한 대학 연구팀에 따르면 지상전이 시작된 지난달 말까지 가자지구 전체 건물 중 13∼18%가 손상됐고, 그중 북부에서는 전체 건물의 약 3분의 1이 부서진 것으로 분석됐다.

가자지구에서는 공습으로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

하마스가 통제하는 가자지구 보건부는 이달 21일 이번 전쟁에 따른 누적 사망자 수가 1만4천128명이며 그 가운데 어린이는 5천840명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하마스에 의해 집계된 사망자 수치는 신뢰도가 낮다는 지적도 있지만, 유엔과 인권 단체들은 신뢰할 만하다며 이를 인용하고 있다. 오히려 하마스 집계보다 가자지구 사망자 수가 훨씬 많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10월 17일에는 가자지구 알아흘리 병원에 대규모 폭발이 발생해 수백명이 목숨을 잃는 참사가 벌어졌다. 하마스는 이스라엘 소행이라고 주장했으나 이스라엘과 서방 국가들은 PIJ의 로켓 오폭에 따른 참사라고 보고 있다.

아랍권을 중심으로 국제사회에서 이스라엘에 휴전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확산했으나 이스라엘은 하마스 소탕이라는 목표에서 물러나지 않았다.

10월 27일에는 이스라엘군 "가자지구에서 지상작전 확대"를 공식 선언했고, 10월 28일에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전쟁이 두 번째 단계에 들어섰다"며 지상전을 공식화했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최대 의료시설인 알시파 병원 단지를 하마스의 군사 작전 본부로 지목하고 공격에 나섰으며, 북부에 있는 인도네시아 병원에 대해서도 공격을 이어가고 있다.

공습과 지상전이 병행되는 가운데 가자지구의 위기는 급속도로 커졌다. 유엔에 따르면 170만명 이재민이 발생했고 가자지구 전역에서 물과 식량부터 의료까지 물자 부족이 이어지고 있다.

10월 21일 가자지구 남부와 이집트를 잇는 관문 중 이스라엘이 통제하지 않는 유일한 지점인 '생명줄' 라파 국경 검문소를 통해 전쟁 발발 후 첫 구호품을 실은 트럭이 통과했고 외국 국적자가 가자지구에서 이집트로 빠져나왔지만, 수많은 민간인은 여전히 고통받고 있다.

하마스 등에 끌려간 인질들의 가족들도 큰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이들은 네타냐후 전쟁 내각에 신속한 해결을 촉구해 왔다.

가자지구의 인명피해가 너무 크고 인질들의 안전에 대한 우려도 커지면서 국제사회의 비판과 압박이 거세지는 가운데 이달 중순 들어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카타르의 중재로 인질 석방과 일시 휴전 합의에 근접했다는 관측이 이어졌다.

이스라엘 내각은 하마스에 붙잡힌 인질 50명을 돌려받는 대신 4일간 휴전하는 내용의 협상안을 승인, 이날 발표했다.

이스라엘은 교전 중지 기간이 끝나면 하마스 소탕을 위한 전쟁을 이어간다는 방침이지만, 이번 협상 타결로 전쟁이 중대 분수령을 맞게 됐다.

cheror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