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개의 전쟁'에 민항기 조종사들 ‘벌벌’

[뉴스분석]

전파 방해·가짜 신호 송신 급증 운항 방해

기술 발달, 아마추어도 전장 먼 곳서 가능

진위 여부나 배후 파악 어려워 불안 가중

중동과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진 전쟁으로 적국에 전자 공격을 가하는 첨단 '전자전(電子戰)이 벌어지면서 민항기 운항에도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최근 보도했다.

유럽연합(EU) 규제당국과 항공사 내부 문건에 따르면 전파 방해나 가짜 신호를 보내는 '스푸핑'으로 항공기들이 위성 신호 수신을 방해받고 잘못된 위치정보나 부정확한 경보를 받는 등 운항에 혼선이 벌어지고 있다.

미 연방항공국(FAA) 역시 조종사들에게 중동 지역에서 위치정보시스템(GPS) 전파방해 가능성을 경고했다.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로켓이나 드론이 사용하는 위성 신호를 방해하려는 목적의 무선 주파수 간섭이 부쩍 늘었으며 지난달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간 전쟁이 시작되면서 더욱 늘었다.

현재의 항공기 시스템으로는 이같은 가짜 GPS 신호를 대체로 감지하지 못한다.

항공산업 감시단체 옵스그룹에 따르면 지난 9월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로 향하던 브라질 항공사 엠브레어의 항공기 한 대가 이란 영공에 진입할 뻔했다가 거짓 신호를 따르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고 기수를 돌리는 일이 있었다.

예전부터 분쟁지역에서 전파 방해는 흔히 사용돼 왔으나 가짜 신호를 보내는 '스푸핑' 공격은 드물었다. 고도로 훈련된 전문가가 아니고서는 너무 복잡하고 비용이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기술 발달로 비용이 낮아지면서 아마추어도 스푸핑이 가능해졌다고 한다.

최근에는 전파방해의 강도와 정밀도가 크게 올라갔다.

에어버스는 지난해 에어버스 항공기에서 발생한 전파 간섭 사건이 전년의 4배 수준인 5만건에 육박한 것으로 집계했다.

심지어 전장에서 300㎞가량 떨어진 곳에서도 발생하고 있으며, 이는 단순한 군사 작전상 효율성을 넘어선 문제로 지적됐다. 이 기구는 2018년 이후 부쩍 늘어난 전파방해 대부분이 전장의 드론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전파 방해나 가짜정보를 가려내는 일은 쉽지 않고 그 배후가 어디인지 파악하기도 쉽지 않다. 스푸핑은 적법한 신호로 보이기 때문에 다루기가 더욱 어렵다.

전쟁이 시작된 이후인 지난달 중순 이스라엘은 역내 GPS 신호를 제한하면서 조종사들에게 착륙시 위성 내비게이션 시스템에 의존하지 말라고 경고했다고 한다.

☞스푸핑(spoofing)은

눈속임(spoof)에서 파생된 IT 용어로, 직접적으로 시스템에 침입을 시도하지 않고 피해자가 공격자의 악의적인 시도에 의한 잘못된 정보, 혹은 연결을 신뢰하게끔 만드는 기법들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