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의회 불려가는 하버드·MIT 대학 총장들
"베트남전 이래 긴장 최고조"
"세대 차이도 드러내" 분석도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 미국 하버드대, 펜실베이니아대,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총장들이 내달 미국 의회에서 최근 이들 대학 캠퍼스에서 확산하고 있는 반(反)유대주의에 대해 진술한다.

28일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미 하원 교육인력위원회는 성명을 통해 하버드대의 클로딘 게이, 펜실베이니아대의 리즈 매길, MIT의 샐리 콘블루스 등 세 대학 총장들이 내달 5일 의회에 출석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으로 전쟁이 시작된 이후 미국 대학 내에서는 반유대주의 확산을 둘러싼 갈등이 커지고 있다.

앞서 하버드대와 펜실베이니아대를 비롯한 여러 대학 졸업생과 학생, 후원자들은 대학 측이 캠퍼스 내 반유대주의 사건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미 하원 교육인력위원회 위원장인 공화당 소속 버지니아 폭스 의원은 "지난 몇주에 걸쳐 우리는 대학 캠퍼스에서 셀 수 없이 많은 반유대주의 시위를 목격했다"면서 "그동안에 대학 관리자들은 대부분 가만히 있으면서 끔찍한 발언들이 훨씬 심해지고 확산하도록 뒀다"라고 지적했다.

하버드대의 경우 밋 롬니 상원의원, 헤지펀드계 거물인 빌 애크먼 퍼싱스퀘어 캐피털 회장 등 졸업생들로부터 유대인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충분한 행동을 하고 있지 않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 대학 후원자들은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최근 미국 학교에서 유대인과 무슬림을 향한 혐오 사건이 크게 늘자 교육 당국이 조사에 나서기도 했다.

미국 교육부는 이달 중순 뉴욕주의 코넬대, 컬럼비아대, 쿠퍼유니언대, 펜실베이니아주의 라파예트대와 펜실베이니아대 등을 대상으로 조사를 개시했고, 28일에는 조사 대상에 하버드대를 추가했다.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버클리)는 오랜 기간 반유대주의를 억제하지 않고 방치했다는 이유로 고소당했다.

루이스 D. 브랜다이스 센터와 교육 공정성을 위한 유대계 미국인들(JAFE) 등 2개 유대인 단체는 28일 샌프란시스코 연방 법원에 소송을 내면서 UC버클리와 이 대학 로스쿨이 "그들의 무대응이 조장한 반유대주의 환경에 맞서지 못했다"라고 밝혔다.

이들은 이 학교 로스쿨에서 최소 23개 학생 단체가 유대인 학생과 교수진 등을 차별대우하고 배제하는 정책을 만들어왔다고 주장했다.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을 둘러싼 미국 대학 내 학생, 교직원, 교수진 간 정치적 긴장이 베트남 전쟁 이래 보지 못했던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친팔레스타인 시위 물결이 미국 대학 캠퍼스를 휩쓸면서 맞불 시위와 긴장 고조, 일부 경우에는 폭력으로 이어지고 있다면서 이번 충돌이 세대 차이도 드러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WSJ은 일부 청년들이 세계를 억압받는 자와 억압하는 자로 나눠서 본다면서 이는 더 나이 든 미국인들과는 다른 시각이라고 진단했다.

kj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