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피 못한 객실에 레이저빛 쏴 구조 도운 시민도…"피해 최소화"

(인천=연합뉴스) 홍현기 기자 = 54명이 중경상을 입은 인천 도심 호텔 화재 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이 마스터키를 들고 직접 객실을 일일이 찾아다니면서 투숙객들을 구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인천소방본부에 따르면 소방당국은 전날 오후 9시 1분께 인천시 남동구 논현동 지상 18층 규모 호텔의 기계식 주차장에서 불이 나자 호텔에서 대피 안내방송을 하면서 구조활동을 벌였다.

소방당국은 화재 발생 17분 만에 인접한 5∼6곳 소방서의 인력과 장비를 동원하는 대응 2단계를 발령했고, 진화·구조 작업에는 소방관 등 404명과 장비 129대가 투입됐다.

산소통을 매고 방제복을 착용한 소방대원들을 계단을 따라 호텔을 오르내리면서 마스터키로 일일이 객실 출입문을 열어 대피하지 못한 투숙객이 있는지 살폈다.

소방대원들은 계단을 따라 투숙객들을 직접 옥상이나 지상층으로 대피하도록 하면서 인명 피해를 최소화했다.

이 과정에서 인근 호텔의 한 투숙객은 레이저 불빛으로 미처 대피하지 못한 투숙객이 있는 객실을 알리면서 소방당국의 구조를 도운 것으로 파악됐다.

소방당국은 총 44명을 직접 구조했으며, 다른 30명의 대피를 유도했다. 또 투숙객 70명은 스스로 호텔 밖으로 대피한 것으로 파악됐다.

호텔 옥상으로 대피한 투숙객들은 건물 가장자리를 따라 걸어 이동한 뒤 바로 옆 건물 옥상으로 뛰어내리기도 했다.

소방당국의 신속한 진화·구조 작업으로 화재는 신고 접수 1시간 30분 만인 전날 오후 10시 31분께 완전히 꺼졌다.

이번 화재로 총 54명이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다행히도 이 중 39명은 단순 연기 흡입 환자로 분류돼 진료 후 귀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소방당국은 중상자 2명과 경상자 13명 등 다른 15명만 인명피해로 집계했다. 부상자들은 모두 생명에 지장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화재 발생 당일 호텔 전체 객실 203실 중 131실이 체크인돼 200명 넘는 투숙객이 호텔을 이용한 점을 고려하면, 자칫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었지만 소방관과 시민이 합심한 덕분에 인명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관할 소방서의 선착대가 신고 접수 5분 만에 신속하게 현장에 도착했고 투숙객 현황을 먼저 파악한 뒤 대피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호텔의 기계식 주차장으로 불이 빠르게 확산됐으나 호텔의 본건물로는 최대한 번지지 않도록 막아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인천경찰청은 화재의 원인을 신속히 수사하기 위해 광역수사대·과학수사대, 논현경찰서 강력팀, 피해자보호전담 경찰관 등 33명으로 수사전담팀을 구성했다.

인천경찰청은 이날 오전부터 인천소방본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한국전기안전공사, 한국가스안전공사 등과 합동 감식도 벌이고 있다.

이들은 처음 불이 시작한 것으로 추정되는 호텔 1층 후문 천장과 기계식 주차장 사이 지점을 집중적으로 조사할 예정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48m 높이 기계식 주차장에 있던 차량이 불에 타면서 화재가 빠르게 확대된 것으로 보고 있다.

관할 지방자치단체인 남동구는 불이 난 호텔 건물에서 불법 용도 변경이 이뤄졌는지 확인하고 있다.

150실 규모로 허가를 받은 이 호텔은 같은 건물 내 오피스텔의 용도를 변경해 200개 객실을 운영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호텔은 2016년 3월 일부 오피스텔의 용도를 호텔로 불법 변경했다가 남동구에 적발돼 원상 복구 조치를 한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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