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진단]

美 노숙자 지난해만 7만명 급증, 정부 집계 시작 이후 사상 최다
팬데믹 이후 '급증한 주거비·이민자' 주원인…LA·뉴욕에 16만명
4명중 1명 54세 이상 '실버 쓰나미'…내년 대선 정치 쟁점화 전망

미국 노숙자가 1년 사이 7만명이 급증, 65만명을 넘어섰다. 역대 최고로 빠른 증가세다. 코로나19 이후 급증한 주거비와 이민자가 가장 큰 이유로 꼽혔다.

15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 주택도시개발부(HUD)는 올해 1월 기준 노숙자를 65만 3104명으로 1년 사이에 12%(약 7만명)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HUD가 2007년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후 가장 많은 수치인데다 가장 큰 증가 폭이다

미국에서 노숙자 문제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른 가운데 노숙자 수가 역대 최고 수준으로 불어나면서, 내년 대선에서 노숙자 문제가 정치 쟁점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공화당 대선 유력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조 바이든 행정부의 관대한 이민 정책을 비판하며 노숙자들을 시설에 강제 수용하는 등 엄정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미국에서 역대 최고 수준으로 노숙자가 급증한 것은 불법 이민자 증가와 함께 코로나 팬데믹 종료에 따른 정부의 노숙자 지원 중단, 주거 비용 상승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HUD는 분석했다. 

특히 뉴욕과 덴버, 시카고 등 이민자 유입이 많은 도시에서 노숙자가 급격하게 늘어났다. 뉴욕의 노숙자는 1년 새 42% 급증한 8만8000명으로 미국 도시 가운데 가장 많았다. 뉴욕은 지난해 1월 민주당 소속 에릭 애덤스 뉴욕 시장 취임 이후 관대한 이민자 정책을 펼쳐왔다. 

뉴욕과 함께 ‘이민자의 천국’으로 명성이 높은 LA의 노숙자는 7만1320명으로 1년 전에 비해 10% 늘었다. 두 도시의 노숙자 수를 합치면 15만9320명으로 미국 전역 노숙자 4명 중 1명꼴이다.
팬데믹 기간 정부가 시행한 긴급 임대료 지원과 세입자 퇴거 금지 등 노숙자 지원을 위한 특별 조치가 종료된 점도 노숙자 급증에 영향을 미쳤다. 임대료가 치솟아 저렴한 주택이 부족해진 점도 한몫했다. 베이비부머 세대가 일자리와 집을 잃고 거리로 내몰리는 ‘실버 쓰나미(Silver Tsunami)’도 가세했다고 미국 언론들은 지적했다. 실제로 노숙자 4명 중 1명 이상이 54세 이상이었다.

노숙자 문제가 미국의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르자, 바이든 정부의 노숙자 지원 정책이 비판을 받고 있는 가운데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선되면 노숙자들을 관련 시설에 강제 수용할 것이라고 말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