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속 발인식…유족들 "이럴 순 없다' 오열

최초신고자 임씨도 발인…경찰, 실화 혐의 입증 방침

(서울=연합뉴스) 김정진 기자 = 성탄절 새벽 불길 속에서 어린 딸을 구하고 세상을 떠난 박모(33)씨 발인이 28일 엄수됐다.

이날 오전 8시 서울 동대문구 한 병원에 차려진 고인의 빈소에는 마지막 길을 함께 하기 위해 모인 조문객으로 가득 찼다. 일부 조문객은 빈소 밖에서 고인을 애도하기도 했다.

평소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던 박씨의 발인식은 예배 형식으로 진행됐다.

빈소 안에서 흘러나오는 기도와 찬송가에는 조문객들의 흐느끼는 소리가 섞여 있었다.

발인 예배가 끝난 뒤 유족이 고인의 영정사진을 들고 나오자 울음소리는 더욱 커졌다. 사진 속 박씨는 턱시도를 입고 환하게 웃는 모습이었다.

고인의 시신이 담긴 관이 운구 차량에 실리자 유족들은 "이럴 수가 없다"며 오열했다.

한 유족은 운구 차량이 닫힐 때까지 손을 떼지 못한 채 연신 눈물을 흘렸다.

발인 예배를 집도한 목사는 "모든 여정에 주님이 함께해주시고 부활과 생명의 소망으로 가득하도록 인도해 주시옵소서"라며 박씨의 마지막을 축복했다.

이날 발인식을 찾은 박씨의 지인은 "부부가 정말 착하고 바르게 살았는데 마음이 아프다. 너무 씩씩하고 좋은 사람이었다"고 황망함을 드러냈다.

서울에 있는 모 대학 약학과 출신으로 생전 약사로 일했던 박씨는 유족과 지인 모두에게 '늘 솔선수범하고 바른 사람'으로 기억됐다. 적극적인 성격으로 대학 학생회장과 동아리 회장 등을 맡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는 성탄절인 지난 25일 아파트 아래층에서 시작된 화재로 사망했다.

서울 도봉구 방학동 한 아파트 4층에서 살던 그는 새벽 시간 301호에서 난 불이 순식간에 위로 번지자 재활용 포대 위로 두 살짜리 큰딸을 던진 뒤 7개월짜리 둘째 딸을 이불에 싸 안고 발코니에서 뛰어내렸다.

그대로 바닥에 떨어진 박씨는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결국 사망 판정을 받았다.

두 딸과 박씨의 뒤를 따라 뛰어내린 아내 정모(34)씨는 생명을 건졌다.

척추가 부러지는 등 중상을 입은 정씨는 전날 오후 5시께 박씨의 입관을 앞두고 빈소를 찾아 남편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화재 최초 신고자인 10층 거주자 임모(38)씨의 발인도 이날 오전 7시께 엄수됐다.

부모님과 동생을 먼저 대피시킨 뒤 가장 마지막으로 집을 나선 임씨는 연기흡입으로 끝내 사망했다.

한편 경찰은 2명의 희생자를 낸 화재 사고의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계속 조사 중이다.

경찰·소방 당국·한국전기안전공사는 사고 이튿날인 지난 26일 현장 합동 감식을 통해 담배꽁초와 라이터 등을 결정적 증거물로 보고 "인적 요인에 의한 발화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을 냈다. 발화지점은 70대 부부가 살던 아파트 301호 안 작은방으로 특정됐다.

경찰은 현재 병원에서 치료 중인 70대 부부가 퇴원하는 대로 입건해 실화 혐의 입증에 주력할 방침이다.

stop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