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인해달라'며 다가가 이 대표 정면서 흉기 휘둘러…주변서 고성·비명

쓰러진 이 대표에 지혈 등 응급조치…"간호사 의사 출신 있냐" 다급한 외침도

(부산=연합뉴스) 한주홍 차근호 김재홍 기자 = 2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피습 사건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순식간에 벌어져 큰 충격을 안겼다.

이 대표는 새해를 맞아 총선의 전략적 요충지로 꼽히는 부산을 이날 찾았고, 계획대로 일정을 소화하던 중 불의의 흉기 습격을 당했다.

부산 가덕도 신공항 부지 방문을 마친 뒤 윤석열 대통령의 신년사 내용과 '쌍특검' 거부권 방침, 이낙연 전 대표의 신당 창당 움직임 등에 대한 기자들과의 문답을 끝내고 차량 쪽으로 이동하던 순간이었다.

이때 이 대표의 지지자로 가장한 한 남성이 "사인해 주세요, 사인해주세요"라고 말하며 이 대표를 에워싼 취재진 사이를 순식간에 비집고 들어갔다.

머리에는 '내가 이재명이다'라고 적힌 파란색 종이 왕관을 쓰고 있었고, 손에는 '총선승리 200석'이라고 쓰인 종이 아래에 흉기를 감춰 둔 상태였다.

이 대표 바로 앞으로 다가가는 데 성공한 이 남성은 흉기로 이 대표의 왼쪽 목을 노려 공격했다.

불의의 습격을 당한 이 대표는 곧바로 바닥에 쓰러졌고, 이 대표가 계속 피를 흘리면서 현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주변에서는 "악"하는 고성과 비명이 터져 나왔다. 무슨 일인지 몰라 당황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도 곳곳에서 나왔다.

이 대표를 공격한 남성은 당직자와 경찰에 의해 바로 제압됐다.

생각지도 못한 피습 사건에 놀란 지도부와 당직자들은 급히 주변에 있는 휴지와 손수건을 동원해 지혈을 시도하며 응급조치에 나섰다.

사고 직후 119 구급대에 신고했지만, 사고 현장이 외지에 있어 구급대는 사고 후 20여분이 지난 10시 47분께 현장에 도착했다.

그 사이 현장에서는 "응급차 언제 오냐", "의사나 간호사 출신 없냐" 등 다급한 외침들이 나왔다.

유튜버들의 촬영이 이어지자 당직자들은 이 대표를 에워싸고 우산으로 이 대표를 가리며 "제발 촬영을 삼가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후 이 대표는 부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로 이송됐다. 의식은 있었지만, 출혈은 계속되는 상태였다.

당 지도부와 당직자들은 초조한 표정으로 이 대표가 이송되는 모습을 지켜봤다. 구급대에는 당 대표 비서실장인 천준호 의원 등이 동행했다.

한 목격자는 "머리에 '내가 이재명' 이렇게 쓰고 돌아다녀 열혈지지자인 줄 알았다"면서 "너무 깜짝 놀라 목소리가 다 떨리고, 이 대표가 피를 많이 흘린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또 다른 목격자도 "처음부터 미친 사람처럼 보이거나 그러지는 않았고, 갑자기 범행했다"면서 "체포 직후 소리를 치거나, 외치는 등 이상 행동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후 당 지도부는 이 대표가 응급치료 중인 부산대병원에 모여 긴급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응급치료를 마친 이 대표는 오후 1시께 헬기를 타고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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