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내 6천650만원 살포·불법 정치자금 7억6천만원 수수·4천만원 뇌물 혐의

구속기간 수차례 소환조사 통보에 불응…宋 "사법부서 무죄 받아낼 것"

수수의원 수사에도 속도 낼듯…'총선 영향' 우려엔 "고려 없이 진상규명"

(서울=연합뉴스) 이보배 조다운 이도흔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의 정점으로 지목된 송영길 전 대표가 4일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해 4월 12일 무소속 윤관석·이성만 의원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수사를 본격화한 지 약 9개월 만이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최재훈 부장검사)는 이날 송 전 대표를 정당법·정치자금법 위반,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검찰 관계자는 "유력 정치인이 공익법인을 사적인 정치 외곽조직으로 변질시켜 기업인들로부터 정치자금과 뇌물을 수수하는 창구로 활용하고, 당 대표 당선을 위해 조직적·대규모로 금품을 받고 살포한 사실을 밝혀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건의 진상과 실체가 정경유착·금권선거 범행임을 규명하고, 범행의 정점이자 최대 수혜자로서 최종적인 책임이 피고인에게 있음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검찰에 따르면 송 전 대표는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당선되기 위해 2021년 3∼4월 총 6천650만원이 든 돈봉투를 민주당 국회의원, 지역본부장에게 살포하는 과정에 개입한 혐의를 받는다.

송 전 대표는 강래구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 박용수 전 보좌관 등과 공모해 2021년 4월 27∼28일 두 차례에 걸쳐 자신을 지지하는 '국회의원 모임'의 좌장인 무소속 윤관석 의원에게 의원 교부용 돈봉투 20개(총 6천만원)를 제공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2021년 3월 30일과 4월 11일 두 차례에 걸쳐 지역본부장 10명에게 활동비 명목으로 총 650만원이 든 돈봉투를 제공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를 위해 송 전 대표가 스폰서로 지목된 기업가 김모씨와 이성만 의원으로부터 각각 부외 선거자금 5천만원과 1천만원을 받았다는 것이 검찰 판단이다.

검찰은 송 전 대표가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사건의 '최종 의사결정권자'였다고 강조했다.

그가 당 대표 당선을 목표로 금품을 살포하기로 하고 최측근인 박 전 보좌관에게 경선캠프의 부외 선거자금을 총괄하게 하면서 자금 관리·집행의 보고·승인 체계를 수립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송 전 대표가 거액의 부외 선거자금을 보고받아 인식하고 있었고, 매표를 위한 금품 살포를 최종 승인했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경선에서 경쟁 후보를 0.59%의 근소한 차이로 앞질러 당선됐다는 것이 검찰 설명이다.

검찰 관계자는 "관련자 진술, 보고서, 문자메시지, 일정표 등의 증거를 통해 송 전 대표의 지시·관여에 따라 박 전 보좌관이 윤 의원에게 돈봉투를 전달한 것으로 확인돼 기소한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국회의원들에 대한 돈봉투 살포 의혹과 관련해서는 "지금까지 범죄사실 구성을 보면 윤 의원의 일임하에 뿌린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금품 수수 정황이 있는 의원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송 전 대표의 관여에 대해서도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 전 대표는 2020년 1월∼2021년 12월 정치활동을 지원·보좌하는 외곽조직인 사단법인 '평화와 먹고사는문제 연구소'(먹사연)를 통해 후원금 명목으로 기업인 7명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총 7억6천300만원을 받은 혐의도 받는다.

이 중 송 전 대표가 2021년 7∼8월 박용하 전 여수상공회의소 회장으로부터 받은 4천만원은 소각시설 허가와 관련한 부정한 청탁과 함께 받은 뇌물이라고 검찰은 판단했다.

송 전 대표는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일정을 앞당겨 지난해 4월 프랑스 파리에서 귀국했고, 두 차례 자진 출두 시도가 무산된 뒤 같은 해 12월 8일 첫 피의자 조사를 받았다.

같은 달 18일 법원이 사안의 중대성, 증거인멸 염려를 이유로 구속영장을 발부해 송 전 대표는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구속 이후 송 전 대표는 검찰의 5차례 소환조사 통보에도 변호인 접견, 건강상 사유 등을 들어 불응했다. 지난해 12월 26일 오전 소환에 불응했다가 오후 한 차례 검찰청사에 출석한 것이 유일했는데, 이때도 송 전 대표는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며 "다시는 부르지 말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송 전 대표의 구속 기한(최대 20일)은 오는 6일까지였지만, 검찰은 조사 태도에 비추어 추가 소환의 실효성이 없다고 보고 이날 재판에 넘겼다.

송 전 대표는 전날 변호인을 통해 "공소가 제기되면 변호사들과 함께 치밀하게 변론 준비를 해 사법부에서 무죄판결을 받아 내겠다"고 밝혔다.

수사는 이제 돈봉투 20개를 수수한 현역 국회의원을 규명하는 작업만 남겨뒀다.

현재까지 검찰이 특정해 강제수사를 진행한 의원은 무소속 이성만 의원, 민주당 임종성·허종식 의원 등 총 3명이다. 검찰은 최근 이 의원과 허 의원을 소환조사했고, 임 의원도 일정 조율을 마치고 조만간 소환할 예정이다.

검찰이 국회에서 확보한 의원들의 동선 자료, 관계인들의 진술 등을 교차 검증해 수수 의원 상당수를 특정한 것으로 알려진 만큼 총선을 앞두고 줄소환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검찰 관계자는 "국회의원 교부용으로 제공된 돈봉투 20개의 구체적 사용처 등 추가 수사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총선을 앞두고 선거개입 지적이 나올 수 있다'는 말엔 "사안의 진상을 명백히 규명하는 게 수사팀 역할"이라며 "일체 고려 없이 필요한 수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답했다.

bob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