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건·마스크 쓴 10여명, 직원들에 총구 겨누며 위협 난동…치안 악화 국가비상사태 '흉흉' 

[에콰도르]

대법원장 집앞 폭탄테러, 경찰 7명 납치도

수감자 연쇄 탈옥등 사회혼란 시민들 공포

최근 수년 새 치안이 극도로 나빠진 남미 에콰도르의 상황이 새해 들어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대법원장 자택 앞에서 폭탄테러가 발생한 데 이어 무장 괴한들이 TV 방송국에 난입해 총을 쏘며 직원들에게 총부리를 겨누는가 하면 수류탄까지 내보이는 장면이 고스란히 생중계되는 등 폭력의 물결이 전국 곳곳을 뒤덮고 있다.

지난 9일 오후 이 나라 최대 도시인 과야킬에 있는 TC텔레비시온 방송국에 10여명의 무장 괴한이 침입했다.
두건과 마스크로 얼굴 대부분을 가린 이들은 생중계 중인 스튜디오에 뛰어 들어가 직원과 방송 진행자 등에게 총구를 겨눴다.
에콰도르 군과 경찰은 현장에 급파돼 진압 작전을 펼쳤고, 1시간여 만에 관련자 13명을 체포한 뒤 상황을 마무리했다.

그러나 이 급박한 상황은 그대로 생중계됐고, 유튜브를 비롯한 소셜미디어에도 관련 영상이 퍼져 전 국민을 불안속으로 몰아넣었다.
이번 사건은 다니엘 노보아 대통령이 최근의 치안불안과 관련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한 지 하루 만에 발생했다.

앞서 노보아 대통령은 로스 초네로스 갱단 수괴인 아돌포 마시아스 탈옥을 계기로 전날에 60일 기간으로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군·경에 강력한 치안 유지를 지시했다. 주민들에게는 통행금지(오후 11시∼ 다음 날 오전 5시)도 명령했다.

그러나 에콰도르 내 사회 혼란은 더 가중되는 모양새다.
이날 새벽 쿠엥카에 있는 이반 사키셀라 대법원장 자택 앞에서는 폭발 사건이 보고 됐다. 다행히 사상자는 없었다.
사키셀라 대법원장은 "명백한 테러 행위"라며 "나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으로 간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최소 5곳에서 폭발사건이 발생했으며 과야킬, 에스메랄다, 로하, 엘구아보 등지에서는 차량 방화와 총격 사건이 이어졌다.
마찰라와 키토에서는 정체불명의 괴한들에게 경찰관 최소 7명이 피랍됐다.

또 한 교도소에선 디아나 살라자르 검찰총장에 대한 테러를 계획한 혐의로 수감됐던 로스 로보스 갱단 두목급 범죄자 등이 탈옥했다. 경찰에 따르면 에콰도르 24개 주 중 6개 주에 있는 교도소에서 폭동이 발생했는데, 일부 시설에서는 교도관이 한때 인질로 잡히기까지 했다.

전 세계 주요 코카인 생산국인 콜롬비아와 페루 사이에 끼어 있는 에콰도르는 몇 년 새 유럽과 북미로 가는 마약 거래 통로로 이용되며 갱단 간 분쟁의 한복판에 놓였다. 그러면서 대도시를 중심로 살인과 납치 등 강력 사건 발생 빈도도 크게 늘었다.
2022년 에콰도르 살인 범죄율은 10만명 당 25.9명으로, 중남미 및 카리브해 국가 중 자메이카(52.9명), 베네수엘라(40.4명), 트리니다드토바고(39.4명), 온두라스(35.8명), 콜롬비아(26.1명) 다음으로 높았다.

한인 6백명 불안감, 아직까지 피해없어

아직까지 에콰도르 거주 한인 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주에콰도르 한국대사관은 이같이 밝히고 홈페이지 등을 통해 가능한 다중 밀집 지역 방문 등을 삼가는 등 한인들의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1962년 한국과 수교한 에콰도르에는 현재 600여명의 한인이 거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