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언론인 '불화설' 배경 추측…"잘루즈니, 은밀히 서방과 휴전 협상"

(서울=연합뉴스) 신유리 기자 =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총사령관을 해임하려는 것은 등뒤에서 그가 몰래 서방과 휴전 논의를 하다 들통이 났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러시아 관영 매체인 타스 통신에 따르면 퓰리처상 수상 미 언론인인 시모어 허시는 2일(현지시간)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이같은 주장을 폈다.

허시는 "일부 미국인이 알기로는 발레리 잘루즈니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이 지난해 가을부터 계속 미국을 포함한 서방 당국자들과 비밀리에 협상을 해왔고, 젤렌스키가 이것을 알게 되면서 총사령관을 해임하려 한 것"이라고 썼다고 타스는 전했다.

이같은 비밀 협상은 "러시아와 전쟁에서 휴전을 성사시키고 종전 협상을 하기 위해 어떤 게 최선인지"에 대한 것이었다고 허시는 덧붙였다.

허시는 그러면서 이러한 비밀 논의 끝에 잘루즈니 사령관은 지난해 11월 당시 우크라이나 전쟁이 '교착 상태'라고 영국 시사지 이코노미스트에 시인하게 됐다고도 지목했다.

잘루즈니 사령관은 당시 전황이 교착 상태로 러시아에 유리한 소모전에 접어들고 있으며, 전쟁이 길어지면 버티기 어렵다고 언급해 젤렌스키 대통령과 배치되는 목소리를 내놨다.

앞서 젤렌스키 대통령과 총사령관 사이 불화설이 가라앉지 않으면서 배경을 놓고 추측이 무성한 상황이다.

당초 러시아 매체에서 지난해 11월부터 퍼트려온 불화설은 지난달 러시아 관영 스푸트니크 통신이 잘루즈니 사령관 사퇴설을 보도하면서 재점화했다.

잘루즈니는 2022년 2월 러시아의 침공으로 전쟁이 발발한 이후 줄곧 총사령관으로서 우크라이나군을 진두지휘해온 인물이다.

그는 작년 12월 병무청장 전원을 해임한 젤렌스키 대통령의 조처에 불만을 공개적으로 토로한 일로 불화설의 중심에 섰다.

현재 잘루즈니 사령관의 거취를 놓고는 여러 소문이 나돌고 있다.

CNN 방송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잘루즈니가 지난달 29일 젤렌스키 대통령에게서 해임 통보를 받았으나 아직 공식 발표는 되지 않았으며, 31일 현재는 자리를 지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잘루즈니 사령관 해임이 이번주 말에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 소식통은 덧붙였다.

잘루즈니 사령관은 해임설이 불거지기 전 작성해 1일 CNN에 기고한 글에서 "전장에서 작전을 전부 재설계하고, 낡고 틀에 박힌 생각을 버려야 한다"면서 "기술 재무장으로 완전히 새로운 국가 체계를 설립해야 한다"는 급진적 주장을 고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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