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3세 즉위 1년5개월 만에 암 진단, 왕위 계승 1순위 윌리엄 왕세자 '왕실 얼굴 급부상' 

[영국]

즉시 국왕 업무 대행 "왕실의 연출된 수순"
왕실 가족 중 가장 인기있는 인물 '시험대'
국왕 암 종류 등 비공개 두고 "추측만 양산"

찰스 3세 영국 국왕이 왕위에 오른 지 1년 5개월 만에 암 진단을 받으면서 왕위 계승 1순위인 윌리엄 왕세자에게 이목이 쏠리고 있다.
영국 왕실은 찰스 3세가 서류 업무 등 헌법상 주어진 임무를 계속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고령(75세)인 데다 암 투병에 집중해야 하는 만큼 후계자인 윌리엄 왕세자가 국왕의 일부 업무를 대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찰스 3세 국왕은 지난해에만 425건의 왕실 행사에 참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찰스 3세의 암 진단으로 윌리엄 왕세자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쏠리고 있다"면서 "윌리엄 왕세자가 이제 영국 왕실의 '얼굴'이 되는 임무를 맡게 됐다"고 6일 보도했다. 부인 케이트 미들턴 왕세자빈이 복부 수술을 받은 뒤 가족을 돌봐온 윌리엄 왕세자는 찰스 3세의 암 진단 발표 후 왕실 업무에 즉시 복귀했다.

WSJ은 "후계자인 윌리엄 왕세자의 복귀는 왕실에 의해 면밀하게 연출된 발표(찰스 3세 암 진단)의 일부"라고 짚었다.
찰스 3세는 지난주 암 진단을 받은 뒤 윌리엄 왕세자 등 아들들과 형제들에게 먼저 이를 알렸다. 이후 왕실은 리시 수낵 영국 총리와 영연방 국가 원수들에게 국왕의 암 진단 사실을 전했고 대중에게도 공개했다.

금발 머리와 수줍음 많은 성격 때문에 어머니 고(故) 다이애나비를 떠올리게 하는 윌리엄 왕세자는 일반인인 미들턴 왕세자빈과 결혼한 뒤 인기가 치솟았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윌리엄 왕세자는 왕실 가족 중 가장 인기 있는 인물로 꼽힌다. 왕실과 불화 끝에 미국으로 이주한 동생 해리 왕자와 달리 착실히 왕실 업무를 수행해왔다.
왕실 업무를 담당하는 왕실 구성원은 윌리엄 왕세자를 포함해 11명으로, 이들 중 절반 이상이 75세 이상 고령이다. 올해 41세인 윌리엄 왕세자는 이들 중 가장 나이가 어리다.

뉴욕타임스(NYT)는 찰스 3세의 암 진단이 "사망(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 남편 필립공), 스캔들(앤드루 왕자), 자진 망명(해리 왕자 부부), 다른 건강 문제(캐서린 왕세자빈)로 인해 위상이 약화된 왕실에 가해진 타격"이라면서 찰스 3세의 병환으로 "가장 큰 부담이 윌리엄 왕세자에게 돌아갈 것 같다"고 예상했다.

해리 왕자의 역할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 배우 출신 메건 마클과 결혼한 해리 왕자는 왕실과 결별한 뒤 자서전 출간 등을 통해 왕실에 대한 공격을 이어갔지만, 찰스 3세의 암 진단 소식을 듣고선 바로 영국으로 돌아왔다.
일각에선 이번 왕실의 위기를 계기로 가족 간의 화해 가능성을 점치기도 하지만 해리 왕자가 이번에 가족을 데려오지도 않았고 어디에 머물지도 분명하지 않다고 NYT는 전했다.

국왕의 암 진단 사실을 공개한 방식을 두고도 뒷말이 나오고 있다.
왕실은 찰스 3세가 추측을 막기 위해 암 진단 사실을 공개하기로 했다고 전했지만, 암의 종류나 단계 등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NYT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나 다른 역대 영국 국왕보다 국왕의 건강 상태에 대한 정보를 더 많이 공개한 것이 역설적으로 갖은 추측에 불을 지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