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사람 유골 함께 매장 '합장묘' 20년새 4배 급증…'무덤 친구'들과 생전 점심 모임도

[생·각·뉴·스/일본 신풍속도]

"비용 적게 들고 유족 부담 안줘" 장점
옆에 누울 사람들과 연 2~3회 식사도
"같은 무덤 들어가는데 얼굴은 알아야"

최근 일본 고령층에서 여러 사람의 유골을 같이 매장하는 ‘합장묘’를 선호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공영방송 NHK가 최근 보도했다. 
NHK가 지난 1월부터 한달간 수도권 등 지자체 97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합장묘의 수가 20년간 4배 증가했다.
합장묘는 가족 단위가 아니라 여러 사람이 공동으로 이용하는 묘지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합장묘는 비석을 세우는 것보다 비용이 적게 들며, 개인이 관리하지 않아도 돼 사후 유족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장점이 있다.

이들은 함께 묻힐 사람들과 생전에 만남을 가지며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이들은 서로를 ‘무덤 친구’라는 뜻의 ‘하가토모’(墓友·묘우)라고 부른다.
방송에 따르면 효고현 고령자생활협동조합(생협)은 고베시에서 두 곳의 합장묘를 운영하고 있다. 합장묘 계약금은 1인당 15만~20만엔(약 130만~180만원)이고, 사후 유지비는 들지 않는다. 현재 계약한 256명 중 절반 이상은 생전에 계약했다.

생협은 ‘같은 무덤에 누울 사람들과 미리 만나보면 좋겠다’는 요청에 10여년 전부터 점심 모임을 열고 있다. 연 2~3회 개최하고 참석 여부는 개인의 자유에 맡긴다. 매 모임 참석자는 30명 정도다.
지난 2022년 합장묘 계약 뒤 빠짐없이 모임에 참석하고 있다는 아사카와 사치코(74)는 “같은 무덤에 들어갈 사람들인데 얼굴 정도는 아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모임은) 밥만 먹고 끝난다. 깊은 사이가 아니어서 서로 인생에 깊이 관여하지 않아 편하다”고 했다.

최근 ‘하카토모’들과 처음 만난 가쓰라 다쓰지(77)씨는 “모르는 사람과 식사하면 긴장해 음식을 잘 못 먹는 편인데, 합장묘가 이어준 인연이란 생각에 불편함이 없었다”고 했다.
초고령 사회인 일본에선 고령자들이 장례나 무덤, 상속 등 사후 자신과 관련해 일어날 일들을 미리 조치해놓는 ‘슈카쓰(終活·종활)’가 일상화되어가고 있다. 노인들에게 최신형 묘지나 납골당 견학, 법률 전문가가 동석하는 유언장 작성 등이 포함된 ‘슈카쓰 투어’를 제공하는 상조 업체도 있다.

슈카쓰가 개인적 활동에 그치지 않고 서로 친구를 맺는 ‘하카토모’ 관계까지 발전하자 일본 언론들은 “죽음을 준비하는 노인들이 살아 있다는 느낌을 받고 있다”고 했다. 일본 시니어 생활문화 연구소 고타니 미도리 대표는 NHK에 “혈연을 넘어 무덤에 함께 들어간다는 유대감이 노인들의 삶을 느슨하게나마 지탱해주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