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재원 '미국 저소득층 된 느낌'
유학생 "지속되면 귀국도 생각"

한국 구매 '30% 할인 받는 기분'
한국 검진 '다음 검진도 환율 체크'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넘어선 이후 1300원대 후반의 고공행진을 하면서 LA한인사회에서는 웃는 소리와 우는 소리가 동시에 들린다.
특히 지난 16일에는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를 넘어서는 일이 생기며 충격을 줬다. 환율이 1400원대를 돌파한 것은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22년 미국발 고금리 충격 당시 등 사상 단 3차례 뿐.
지속되는 고환율 시대 안에서 한인사회는 웃는쪽과 우는 쪽이 있다.

우선 웃는쪽이다. 
한국 온라인을 통해 선물을 보내며 환율로 기뻐하는 경우다. 토런스에 거주하는 홍모씨(45)는 "어머니 생일이셔서 한국사이트에서 대략 3백만원짜리 가전제품을 미국 현지 결제 했더니 2100달러 정도였다"며 "30% 이상 할인 받은 느낌"이라며 웃었다

한국이나 일본 여행도 '고환율 찬스'를 쓰라는 조언도 있다. '강달러' 현상으로 한국 오성급 호텔 1박이 최저 150달러 수준이다. 얼마전 한국 여행에서 돌아온 테일러 박(63. 라크라센타)씨는 "평소때 같으면 망설였을 초특급 호텔은 제주, 서울, 부산 모두 사용했다"며 체감으로는 40% 이상 싼 느낌"이라고 말했다. 한국 건강검진도 고환율 찬스 강력 추천이다. 최경준(60밸리)씨는 건강검진으로 환율 득을 본 케이스. 최씨는 "아무래도 미국에서는 검진 시간도 많이 걸리고, 현재 내 보험도 애매한 상태"라면서 "한국 종합병원에서 200만원 정도되는 검진 팩키지를 받았는데 1300달러 남짓 청구가 "된 걸 보고 내심 놀랐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에 환율 덕을 톡톡히 봤는데, 다음 검진도 환율 먼저 체크 해야겠다"며 껄껄껄 웃었다.

월급으로 환율 차손의 이득을 보는 케이스도 있다. 미주 법인에 단신 부임해 있는 김경필(오렌지카운티.가명) 씨는 "월급이 한국 통장에 달러로 꽂혀서 그날 환율의 한화로 입금 되기 때문에 사실상 1.3배의 월급을 받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한국에서 집사람이 월급을 받아 송금해주기 때문에 집사람만 신났다"며 "환율이 올라가면 월급도 인상된 느낌을 받아서통화할때마다 너무 좋아한다"며 웃는다.

당연히 우는 쪽도 있다.
한국회사 파견으로 온가족이 가주에 근무하는 조모씨. 같은 주재원이지만 그의 월급은 한국 통장에 한화로 들어간다. 자녀 둘과 부인과 함께 넷이서 미국 생활중이다. 한국 통장의 월급을 달러로 송금 받아서 쓰는 상황. 
지난달 그의 통장에는 700만원이 들어왔다. 한국에서는 그렇게 적지 않은 금액이다. 달러로 바꾸니 5000달러 좀 넘는다. 4인 가족이니 생활이 퍽퍽하다. 물론 매달 월급은 환율에 따라 춤을 춘다. 그는 "미국에 와서 저소득층이 된 느낌"이라며 씁쓸하게 웃는다.

고환율로 고통받는 대표적인 부류는 역시 유학생이다. LA한인타운에 거주하는 최모(24.UCLA)군은 한국에서 300만원을 보냈으나 한국 부모님이 환율을 걱정하며 400만원을 보내주신다고 했다. 달러로 바꾸면 2900달러 정도. 최군은 "룸메이트가 있는데, 한명 더 들일것을 룸메이트와 의논중"이라며 "환율이 계속 이러면 부모님께 너무 죄송해서 중단하고 귀국해야 하나 걱정"이라고 말했다.

여행업계는 웃음 반 울음 반이다. 한국, 일본 등 관광은 당연히 웃음이 넘친다. 반면에 미국 방문 한국 관광객들은 주머니 사정이 복잡하다. 알아본 결과 가장 큰 타격은 하와이 신혼여행업계였다. 20년차 가이드 데이빗 김씨는 "어느날 신랑이 웃으면서 징징대는 소리를 하는데 '우리가 신혼여행 5박7일에 1천만원을 주고 왔는데, 서비스 좀 더 해줘야 하는거 아니냐'는 말을 했다"며 "그 후로 신혼여행 취소가 많이 들어와서 계산을 해보니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신혼부부 1인당 3600달러 정도, 적당하지 않나 생각했는데. 한화로 계산해 보니 1천만원이었다는 것. 
당분간 고환율이 유지 될것으로 예측되면서 한인들의 '고환율 시대 살아가기'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전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