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50 환자 구금 규정·매뉴얼 따랐으면 안전하게 병원 이송할 수 있었을텐데"
한인회, 시장·경찰국장에 진상규명 촉구

조울증을 앓는 아들이 병원에 갈 수 있게 도와달라고 경찰을 불렀는데 출동한 경찰이 위협을 느꼈다며 총격을 가해 현장에서 즉사시킨 사건과 관련 정신질환과 발달장애 자녀를 둔 한인 부모들이 특히 큰 충격에 휩사였다.

지난 2일 LA한인타운 아파트에서 LA 경찰 7명의 총격을 받고 사망한 한인 남성 양용(40)씨는 전날밤 잠을 잘 자지 못해 상태가 악화된 상황이었다.

양씨의 아버지 양민씨는 LA정신건강국 핫라인에 연락해 도움을 요청했고 정신건강국 직원 2명이 집을 방문했다. 양민씨와 정신건강국 직원은 병원에 가기 싫다는 아들을 설득하지 못했고 결국 경찰의 도움을 받기로 하고 직원이 경찰에 연락했다.

7명의 경찰이 출동했고 아버지는 경찰들에게 아들의 180cm 되는 키와 체격을 알려주고 병원 이송 방법을 논의했고 집 현관 키를 건네줬다.

경찰이 집안으로 들어가고 아들이 소리치는 것이 들리고 불과 몇 분 뒤 연속적인 총소리가 들렸다. 양씨는 순식간에 폴리스라인이 처진 집안으로 접근할 수 없었고 2시간쯤 지나서 올림픽 경찰서장이 아들의 사망 소식을 알렸다. 그리고 1시간 뒤 LAPD 공보실은 "칼로 무장한 40대 용의 남성이 경찰에 피격됐다"고 발표했다.

20대 중반 자폐 아들을 둔 한인 아버지 조 모씨는 소식을 듣고 말을 잇지 못했다.

"정신건강과 관련 코드 5150이 있습니다. 정신적인 이유로 도움이 필요할 때 환자의 자해나 위해를 막고 보호해주라고 경찰이 개입할 수 있게 해준 겁니다. 보호해달라고 불렀는데 집에 들어가 총을 쏴 죽이다니..."

조 모씨는 "혹여 흉기를 들었다 해도 총도 아니고 칼인데 경찰 7명이 총을 쏠 일이냐"며 "코드 5150 절차와 매뉴얼을 따랐다면 환자를 안전하게 병원으로 이송할 수 있었을텐데 너무 안타깝고 기가 막힌다"며 울분을 토했다.

30대 발달장애 아들을 둔 한 모씨도 "아들이 행동도 그렇고 손짓 몸짓도 남들 보기 이상한데 경찰과 얽혔다가 아들이 발작이라도 하면 경찰은 위협을 느꼈다며 정당방위라고 할 것 아니냐"며 "아들과 외출했을 때 경찰을 보면 일단 피하게 된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한인사회에서도 사건의 진상을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LA한인회는 6일 캐런 배스 LA시장과 사건 발생 관할 13지구 휴고소토 마티네즈 시의원 그리고 홀리 미첼 LA카운티 수퍼바이져, 도미닉 최 LAPD 국장에게 이번 사건을 둘러싼 한인사회의 심각한 우려와 함께 사건의 진상을 철저히 규명할 것을 강력 촉구하는 서신을 보냈다.

한인회는 "정신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피해자의 치료를 위해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고, 출동한 경관들이 이러한 상황을 인지했음에도 총격으로 피해자를 사망케 한 일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며 사건 현장 바디캠 공개과 커뮤니티 브리핑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