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화 지켜봤을 바이든 가족들이 연임 등떠미는 건 노인학대" 분노도

(서울=연합뉴스) 고일환 기자 = 첫 대선 TV 토론 이후 후보 교체론을 잠재우지 못하고 있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향해 동정여론도 고개를 드는 분위기다.

워싱턴포스트(WP)는 7일 바이든 대통령이 토론회에서 노출한 81세 노인의 흔들리는 모습이 미국인들의 안타까움을 자극했다고 보도했다.

후보 교체론과는 별개로 고령의 바이든 대통령에게서 가족이나 지인의 모습을 발견한 유권자들이 적지 않았다는 것이다.

특히 이 같은 분위기는 노인 유권자들 사이에서 두드러졌다.

필라델피아에 거주하는 은퇴 공무원 드보라 프라이스(76)는 바이든 대통령의 모습에서 70대에 들어 갑자기 건강 상태가 악화해 사망한 선친이 떠올랐다고 말했다.

프라이스는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언론보도를 보고 비통한 마음이 들었다면서 "선친도 벼랑 바닥에서부터 다시 기어오르려고 애썼지만,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라는 사실을 모두 알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원인 그는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주지사가 교체후보가 되는 시나리오를 선호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완주할 경우에도 표를 던질 것이라고 밝혔다.

은퇴 교사인 진 몰터(63)도 바이든 대통령에 대해 "인간적으로 안타깝다"고 말했다.

몰터도 바이든 대통령에게 투표하겠다는 뜻에는 변화가 없지만, 민주당이 후보를 교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바이든 대통령의 가족들을 이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4년간 노화한 상황을 가족들은 지켜봤을 것"이라면서 "바이든 대통령이 연임에 나서도록 가족들이 등을 떠미는 이유를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공화당 지지자들도 바이든 대통령의 고령에 대해선 안타까운 심정을 감추지 않고 있다.

펜실베이니아주에 거주하는 공화당 유권자 베브 오벌리(67)는 TV토론이 끝난 뒤 질 바이든 여사에게 의존해 무대를 나서는 바이든 부통령의 모습에서 사망하기 직전 어머니의 모습이 떠올랐다고 말했다.

오벌리는 "만약 내 모친이 사망하기 전에 힘들게 거동하는 모습이 전국으로 방송되는 TV에서 송출됐다면 정말 분노했을 것"이라며 바이든 가족을 향해 "노인 학대를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kom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