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서 활동하는 '안전지원단'…"올림픽 파견에 책임감·자부심"
프랑스의 대표 평야 지대인 파리에도 고지대가 한 곳 있다. 파리 북쪽 18구의 몽마르트르 언덕이다.
19세기 말부터 각지의 예술가들이 모여들면서 오랫동안 관광객의 사랑을 받는 명소가 된 이곳의 꼭대기에는 사크레쾨르 성당이 자리 잡고 있다.
에펠탑, 루브르 박물관 등과 함께 파리의 간판격 명소로 꼽히는 사크레쾨르 성당 앞은 계절과 시기를 가리지 않고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현지시간으로 18일 오후 3시 전 세계에서 이 성당을 찾아온 여러 관광객이 막 순찰을 시작한 한 무리의 경찰들에게 눈길을 빼앗겼다.
사크레쾨르 성당의 측면 도보를 따라 화가들의 그림이 잔뜩 걸린 슈발리에 드 라 바레 거리로 이동하는 열 명의 경찰이 입은 제복의 색깔은 세 종류였다.
감색 제복의 프랑스 경찰은 7명이었다. 흑색 제복을 입은 브라질 경찰이 3명이었고, 나머지 2명의 제복은 청록색이었다. 한국 경찰이었다.
두 경찰의 오른 어깨에는 태극기가 부착돼 있었다. 반대쪽에는 '대한민국 경찰'이라는 글자 아래 프랑스 국기와 오륜기를 합친 로고를 달았다.
몽마르트르 일대를 순찰한 박준용(36) 경감과 김지현(34) 경위는 '2024년 파리 올림픽·패럴림픽 안전지원단'의 일원으로 파리에 왔다.
경찰청은 파리 올림픽·패럴림픽 기간 경찰관 총 31명을 프랑스에 파견하기로 했다. 프랑스 정부가 지난 2월 올림픽을 안전하게 개최하려 각국 정부에 경찰력 파견을 공식 요청했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프랑스의 현장에서 안전지원팀으로 나서는 인원이 28명이다. 14명은 올림픽, 14명은 패럴림픽 기간 활약한다.
지난 14일 파리에 도착해 근무를 시작한 올림픽 팀은 2명씩 조를 짜서 명소나 역 등 특정 장소를 순찰한다. 대회 개최국 프랑스를 비롯해 타국 경찰과 함께 일한다.
이들은 한국인 관련 사건·사고 대응에 주력한다. 국내와 현지 법집행기관 간 연락관 역할도 함께 수행한다. 타국에서 곤경에 빠진 한국인들을 돕는 일이다.
50분가량의 첫 번째 순찰을 마친 박 경감은 연합뉴스와 만나 "한국인 관련 사건·사고를 해결하는 게 중요하다. 물론 파리 올림픽의 치안 유지를 돕는 데 힘을 보태는 역할도 열심히 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박 경감은 전날 파리 시청 근처에서 다섯 살 조카를 잃어버렸다며 도움을 호소하는 우리나라 국민을 만났다고 한다.
가까운 지하철역인 샤틀레역으로 이동하면서 주변을 뒤진 끝에 아이를 찾아내 가족에게 인계했다는 박 경감은 "외국에 계신 우리 국민들을 돕고 보호하는 게 임무"라고 말했다.
김 경위도 "올림픽이라는 대규모 국제적 행사에 한국 경찰로 파견됐다는 데 막중한 책임감과 자부심을 느낀다"고 했다.
실제로 몽마르트르 언덕은 팔찌 등 액세서리 강매 행위나 소매치기의 표적이 됐다는 관광객들의 피해 사례가 자주 들리는 곳이다.
둘을 포함해 경찰봉과 수갑 등으로 무장한 각국의 경찰들이 거리 구석구석을 누비는 순찰 활동은 이같은 범죄 가능성을 억제하는 효과로 이어질 걸로 보인다.
박 경감과 김 경위를 비롯한 안전지원팀은 한 달여간 공개 모집을 통해 선발됐다.
총 149명(경쟁률 5대 1)의 지원자 중 현장 경력이 풍부한 베테랑 경찰관을 뽑았다는 게 경찰청의 설명이다. 물론 외국어도 잘해야 한다.
능숙하게 프랑스, 브라질 경찰들과 소통한 박 경감은 "프랑스에서 동맹국에 요청해 46개 나라에서 경찰이나 군인이 왔다. 각국 경찰의 수준이 나타나는 행사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파리=연합뉴스) 이의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