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고에 아이들 밀어 넣고 몸으로 막아…목·등·팔 등 찔려 중상

"수술 후 의식 되찾아"…경찰, 17세 피의자 살인 혐의 기소

(서울=연합뉴스) 임지우 기자 = 영국에서 어린이 3명이 숨진 댄스교실 흉기난동 사건 당시 현장에 있던 댄스 강사의 몸을 사리지 않은 대처가 더 큰 비극을 막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영국 일간 더타임스가 지난 달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달 29일 잉글랜드 북서부의 소도시 사우스포트에서 댄스 수업을 진행하던 강사 리앤 루카스(35)는 수업 중 흉기를 든 남성이 들어와 사람들을 공격하기 시작하자 여아 두 명을 창고로 대피시켰다.

이 남성이 창고 쪽으로 다가오자 루카스는 아이들 위로 자신의 몸을 던졌고, 이 과정에서 칼에 등과 팔, 목 등이 여러 차례 찔리는 중상을 입었다고 더타임스는 전했다.

루카스가 감싸 안은 두 아이는 모두 목숨을 구했다.

루카스의 사촌 크리스 리머(41)는 더타임스에 사건 직후 현장에 출동한 구급대원들로부터 이러한 내용을 전해 들었다며 루카스가 당시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팔을 쳐들었고 그로 인해 팔에 온통 자상을 입었다고 말했다.

칼에 찔린 루카스는 위중한 상태로 알려졌으나 수술을 받은 후 현재 의식을 되찾았다고 가족들은 전했다.

아직 회복 중인 루카스와 전날 오후 잠시 통화를 했다는 리머는 루카스가 당시 벌어진 일을 자세히 기억하지는 못하고 있다면서 다른 피해자들을 걱정하며 말을 잘 잇지 못했다고 전했다.

리머는 작은 체구로도 망설이지 않고 범인을 막아선 루카스의 행동이 용기 있었다며 그가 "항상 자신보다 다른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이라고도 말했다.

이날 흉기난동 참사로 여름방학을 맞아 요가·댄스 수업에 참여한 6∼9세 어린이 3명이 숨졌으며, 루카스와 댄스교실 옆의 사업장을 운영하던 성인 남성 1명, 어린이 8명 등 총 10명이 다쳤다.

역시 위중한 상태였으나 수술 후 의식을 되찾은 이 남성도 범인으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하려다 다리 등에 칼을 찔린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사건 이후 범인이 무슬림 망명 신청자라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번지면서 촉발된 극우 및 반이민 폭력 시위는 영국 전역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사건이 벌어진 사우스포트와 런던 등에 이어 이날 저녁 맨체스터에서는 망명 신청자들이 묵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한 호텔 앞에서 시위대 40여명이 항의 시위를 벌였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보도했다.

시위 과정에서 남성 두 명이 병과 벽돌 등을 던져 경찰에 체포됐으며 부상자나 피해는 없었다고 맨체스터 경찰 당국은 밝혔다.

사건 직후 용의자로 17세 남성을 체포했던 머지사이드 경찰은 이날 이 남성을 살인 및 살인미수, 흉기 소지 혐의 등으로 기소했다고 밝혔다.

앞서 경찰은 피의자가 웨일스 카디프 태생으로 사우스포트 인근 마을 뱅크스에 거주해왔다고 밝혔으며, 종교는 공개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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