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환율에 손익 따지는 한인들
고용 지표·빅컷 여부 따라 추가 하락
유학생 희색에 한국 여행 한인은 난색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때가 왔다" 발언으로 강한 금리 인하를 시사하자 원·달러 환율이 약 5개월 만에 1310원대로 내려갔다. '킹달러'로 고공행진을 하던 원·달러 환율이 연준의 금리 인하에 추가 하락하며 1300원대로 떨어질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한인들은 원·달러 추가 하락 여부를 놓고 이해 득실을 따지며 환율 상황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26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보다 12.0원 내린 1326.8월에서 마감했다. 이는 종가 기준으로 지난 3월21일 1322.4원을 기록한 지 약 5개월 만에 최저치다.
환율이 하락한 것은 지난 23일 열린 잭슨홀 미팅에서 파월 의장이 금리 인하가 임박했음을 강력하게 시사했기 때문이다. 파월 의장은 이날 연설에서 "정책을 조정할 시간이 도래했다"면서 사실상 통화정책 전환을 공식화했다.
시장에선 파월 의장이 빅컷(0.50%p 금리인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다는 것이 일반적 평가다. 9월에 고용 지표도 안정되고 빅컷 기대감도 커진다면 연내 원·달러 환율은 1300원대를 넘어 1200원대까지 하락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조심스레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환율 전문가들은 1300원 이하로 하락은 충분히 가능하지만 현재로써 가능성은 미지수라는 데 입을 모으고 있다.
원·달러 환율에 민감한 LA 한인들과 기업들은 큰 폭으로 떨어진 환율 상황을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다. 원·달러 환율에 따라 손익 계산이 달라지는 현실이 있어서다.
이번 환율 하락 소식을 가장 반가워하는 층은 유학생들이다. 원·달러 환율이 떨어지면 떨어질수록 한국에서 오는 송금액이 더 늘어나기 때문이다. UCLA에서 5년 째 유학 중인 대학생 박모씨는 "LA 물가도 많이 오르고 환율까지 크게 올라 부모님의 송금 부담이 늘어 눈치가 보였는데 환율이 떨어져 잠시 위안이 된다"며 "미국 금리 인하로 환율이 더 떨어져 외식하거나 장을 보는 일도 맘놓고 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했다.
원화 기준으로 한국서 급여나 사업운영비를 받아야 하는 LA 내 한국 기업 주재원과 지방자치단체 사무소 직원들도 환율 하락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환율이 고공행진을 하면서 사실상 줄어든 급여를 받고 있는 상황이 개선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여기에 2~3년 전 낮은 환율을 기준으로 작성된 사업운영비 예산도 고환율에 감소해 어려움 겪는 지자체 사무소 직원들도 원·달러 환율이 더 떨어지기를 바라고 있는 눈치다.
하지만 한국으로 여행을 떠나려는 한인들의 경우 원·달러 환율이 떨어지는 것은 달갑지 않은 상황이다. 달러 강세로 환율이 크게 올라야 원화로 환전하면 이전에 비해 더 큰 여행 비용을 손에 쥘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달러를 한국으로 송금하는 한인들도 원·달러 환율 하락에 환차익이 줄어들게 돼 향후 원·달러 환율 등락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