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세 이상 운전면허 갱신 필기시험 면제

"왜 봐야하나" 비난 여론에....DMV 직원 업무 과중까지
졸속 행정 비판 목소리도

70세 이상 운전면허 소지자에게 갱신 시 필기시험을 요구했던 캘리포니아 차량국(DMV)이 돌연 필기시험 면제 조치를 들고 나왔다. 필기시험에 응시하기 위해 DMV를 방문하는 시니어들의 수가 늘면서 DMV직원들의 업무가 과중해진 탓이다. 필기시험을 준비하고 있던 한인 시니어들에겐 반가운 소식으로 반색하며 환영하는 분위기이지만 이미 필기시험을 치룬 한인 시니어들에겐 힘이 빠지는 소식이다. 일부 한인 시니어들 사이에선 "필기시험을 보려고 고생은 고생대로 다했는데 이제 와서 필기시험이 없어져서 부화가 나기도 한다"는 볼멘 소리도 나오고 있다.
지난달 30일 DMV는 일정 자격을 갖춘 70세 이상 시니어 운전면허 소지자들이 면허를 갱신하기 위해 치뤘던 필기시험이나 온라인 교육 프로그램 이수를 더 이상 요구하지 않기로 했다고 전격 발표했다. 
DMV 스티브 고든 국장은 "70세 이상 시니어 운전자들이 운전면허 갱신 시 필기시험을 치루도록 한 것은 정책일 뿐이지 법은 아니다"라며 필기시험 부과 철회에 대한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 DMV의 시니어 운전면허 갱신 정책 변화는 필기시험에 국한된 것으로 70세 이상 운전자들은 운전면허를 갱신하려면 DMV의 지역 사무소를 방문해야 한다. 시력검사와 최근 사진 촬영을 해야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운전면허 만료일 기준으로 2년 이내에 2회 이상 또는 3년 이내 3회 이상 교통사고를 냈거나 2년 이내에 음주운전 등 DUI로 운전면허 정지 처분을 받은 경우, 2년 이내에 교통위반 벌점이 1점 이상인 시니어 운전자들은 필기시험 면제 대상에서 제외다. 타주에서 가주로 이주를 해 가주 운전면허증을 받으려는 70세 이상 운전자들도 필기시험을 치뤄야 한다.
DMV에 따르면 이미 운전면허 갱신 통지서를 받은 시니어 운전자들의 경우 DMV 지역 사무소를 방문하면 필기시험이 면제된다. 
DMV가 70세 이상 시니어 운전자들의 운전면허 갱시 시 필기시험 면제를 전격적으로 발표한 배경에는 DMV 직원들의 과중한 업부 부담을 줄이려는 의도가 숨어 있다. 필기시험 응시로 인 해 매월 5만명의 시니어들이 DMV 지역 사무실을 찾을 것이란 게 DMV의 예상이다. 가뜩이나 인력 부족으로 업무 부담이 큰 상황에서 필기시험 관리 업무까지 더해지면 직원들의 업무 부담이 더 커질 것을 우려한 조치다.
필기시험 면제 조치 소식에 한인 시니어들은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단 필기시험을 본다는 사실 자체가 70세 이상 한인 시니어들에겐 부담이다. 신체적 능력이 예전만 못한 데다 각종 교통법규도 많이 바뀌어 외어야 하는 분량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더욱이 필기시험 문항 중엔 한국어로도 이해하기 어려운 것도 있고, 운전 능력이나 안전 운전과는 전혀 상관없는 문항들도 다수 존재해 불합격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운전면허 갱신을 앞두고 있는 시니어 박모씨는 "기억력도 희미해지고 앉아서 공부를 하는 것도 예전만큼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며 "필기시험을 보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한결 마음이 가벼워졌다"고 필기시험 면제 조치를 환영했다.
여기에 필기시험 대신에 온라인 교육 프로그램(eLearning course) 이수해야 부담도 덜게 됐다. 영어로만 제공되는 온라인 교육 프로그램은 찾기도 어렵지만 언어 문제로 한인 시니어들에겐 접근 불가능의 유명무실한 대체재였다.
일각에선 DMV의 졸속 행정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다. DMV는 올해 초만 하더라도 필기시험 의무 조치를 발표했지만 불과 6개월 만에 없던 일로 했다. 이로 인해 이미 면허시험을 본 한인 시니어들은 "하지 않아도 되는 노력과 시간을 들였다"며 "노력과 시간을 어디에서도 보상 받을 수 없다는 사실에 화가 난다"는 반응을 보였다.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