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물경제위원회 "20억명 안전한 식수 못 얻어…36억명은 위생 위협"

"전 세계 담수 상호연결…공공재로 인식해 수자원 관리 협력해야"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지구상 물 위기가 가속함에 따라 향후 25년 이내에 전 세계 식량 생산의 절반 이상이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경고가 나왔다.

세계물경제위원회(GCEW)는 17일 발표한 '물의 경제학: 글로벌 공공재로서 물 순환 평가' 보고서에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20억명 이상이 안전한 식수를 얻지 못하고 있다. 세계 인구의 44%에 해당하는 약 36억명은 안전한 위생시설을 이용하지 못한다.

또 매일 어린이 1천명이 안전한 물을 접하지 못해 목숨을 잃고 있으며, 2030년께 담수 수요는 공급을 40% 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위기는 날로 악화해, 대응 조치가 없다면 2050년까지 물 문제로 고소득 국가의 국내총생산(GDP)은 평균 8%, 저소득 국가는 최대 15%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GCEW는 보고서에서 세계 인구의 절반이 이미 물 부족에 직면해 있으며, 기후 위기 악화로 그 숫자는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GCEW는 또 각국 정부와 전문가들이 인류가 적절한 수준의 삶을 사는 데 필요한 물의 양을 과소평가했다고 지적했다.

건강과 위생을 위해 1인당 50∼100리터(L)의 물이 필요하다지만, 실제로는 충분한 수준의 영양을 얻고 품위 있는 삶을 영위하려면 하루에 약 4천L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상당수 지역에서는 이를 현지에서 얻을 수 없기 때문에 무역에 의존해 이를 충당하고 있다.

또한 일부 국가는 강이나 호수의 물인 '블루 워터'(Green Water)보다 토양에 흡수돼 식물이 사용하는 물인 '그린워터'(Green Water)에 더 의존한다. 물은 한 지역에서 다른 지역으로 수분을 운반하는 '대기 강'(atmospheric rivers)을 통해 이동한다.

이러한 시스템에서 인도와 브라질은 주요 물 수출국이며, 중국과 러시아는 수혜자 입장이라고 GCEW는 설명했다.

GCEW 공동의장인 요한 록스트롬 독일 포츠담 기후 영향 연구소 소장은 "중국 경제는 우크라이나, 카자흐스탄, 발트해 지역의 지속 가능한 산림 관리에 의존한다"며 "브라질이 아르헨티나에 담수를 공급하는 것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상호 연결성은 담수를 세계 경제에서 글로벌 공공재로 둬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GCEW 보고서는 이와 함께 각국의 '해로운 보조금'도 세계 수자원 시스템을 왜곡하고 있다며, 이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매년 7천억달러(약 957조원) 이상의 보조금이 농업에 들어가며, 이 중 상당수가 잘못 사용돼 농부들이 실제 필요한 양보다 더 많은 물을 쓰게 한다는 것이다.

GCEW 공동의장을 맡고 있는 타르만 샨무가라트남 싱가포르 대통령은 너무 늦기 전에 각국이 수자원 관리 협력을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록스트롬 소장은 영국 일간 더 가디언에 "물은 (기후 위기의) 가장 큰 희생자 중 하나"라며 "현재 우리가 보고 있는 환경 변화는 세계 수준에서 축적돼 지구 전체 시스템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고 말했다.

GCEW는 주요 과학자와 경제학자 수십명의 연구를 바탕으로 세계 수자원 관리 시스템에 대한 포괄적인 관점 형성을 위해 2022년 네덜란드에 의해 설립됐다.

194쪽에 이르는 이번 보고서는 물 위기를 둘러싼 광범위한 조사를 통해 정책 입안자에게 해결책을 제시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연구라고 가디언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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