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는 매도…현금자산 확보·中증시 등에도 투자

미국 대선을 앞두고 한국과 인도 등 아시아 국채로 투자자금이 몰리고 있다.

투자자들이 다음 달 5일 미 대선을 앞두고 아시아 국채로 눈을 돌리면서 올해 이미 수십억 달러의 외국인 자금이 유입된 역내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30일 보도했다.

알리안츠 글로벌 인베스터스, 프랭클린 템플턴, 가마 등 자산운용사들은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국채에 대해 낙관적으로 전망하고 있다.

자산운용사들은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수요를 끌어올렸고, 선거를 전후해 시장이 불안해지면 국채가 안전한 피난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블룸버그 집계를 보면 올해 들어 최근까지 인도 국채 시장에 153억달러의 외국인 자금이 유입됐으며, 인도네시아(37억달러), 말레이시아(26억달러)가 그 뒤를 이었다.

자산운용사 프랭클린 템플턴의 투자 전략가 크리스티 탄은 "앞으로 몇 주 동안 많은 잡음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프랭클린 템플턴은 지난달 말 기준 1조6천억달러가 넘는 자산을 운용하고 있다.

탄 전략가는 "미국을 벗어나 아시아로 눈을 돌렸을 때 안전한 피난처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인도네시아 채권"이라며 그 근거로 인도네시아의 관리 가능한 인플레이션과 새 대통령의 긍정적인 영향력을 들었다.

미 대선이 코 앞으로 다가오면서 아시아 시장의 트레이더들은 변동성에 대비하고 있다.

월가 은행들은 관세 리스크가 높아지면서 중국 통화가치가 하락할 것이라는 예상을 고객들에게 전파하고 있다.

주식 투자자들은 무역전쟁 발발 가능성이 반도체 업종을 비롯해 다른 부문에 미칠 영향을 저울질하고 있다.

인도, 인도네시아, 한국은 모두 미국의 중요한 무역 상대로서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을 극복할 가능성이 높다고 블룸버그통신은 평가했다.

미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특히 인도를 '관세의 놀라운 남용자'라고 칭하면서도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를 칭찬했으며, 미 정치권도 이견 없이 인도를 중국에 대한 중요한 균형추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런던 알리안츠 글로벌 인베스터스의 카를로스 카란자 펀드 매니저는 "중국 또는 멕시코와의 무역 전쟁을 생각한다면 인도는 미국과 양자 간 긴장 관계가 없는 국가이므로 누가 취임하든 실제로 수혜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은 또 미 대선을 앞두고 엔화를 매도하고 현금 자산을 확보하거나 위험 회피를 위해 중국 주식과 싱가포르 달러를 매입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실제로 이달 들어 엔화 가치는 달러 대비 6.5% 하락했는데, 주요 10개국(G10) 통화 중 가장 많이 하락했다.

아시아 금융시장은 역내 국가들이 수출을 많이 하므로 주식과 통화가 미국의 무역정책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 때문에 펀드 매니저들은 특정 후보 당선 가능성을 염두에 둔 노골적인 베팅을 피하는 대신 일본 제조업계부터 홍콩 주식에 이르기까지 취약성에 대한 노출을 줄이고 미국의 새 대통령이 누구인지와 관계없이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인도나 중국에 베팅하고 있다.

픽셋 자산운용에서 아시아 특수 상황 헤지펀드를 운용하는 존 위다르는 "중국은 국내 요인이 많고 글로벌 자산 움직임과 상관관계가 낮기 때문에 사실 숨을 만한 곳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국기헌 기자 penpia2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