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대비 판매량 10배나 늘어
기술 발달로 가격 절반 가까이 하락
삼성·LG, 미국 초대형 TV 시장 주도
세계 최대 TV 시장인 미국에서 TV 화면 크기가 90인치를 넘어서는 이른바 슈퍼사이즈 TV 판매가 올해 들어 급상승하면서 대세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기술력 발달로 초대형 TV 가격이 크게 떨어진 것이 크면 클수록 좋다는 '거거익선' 트렌드가 뚜렷하게 나타나면서부터다. 미국 TV 시장이 초대형화 시대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11일 AP통신은 올해 들어 미국에서 초대형 TV 판매가 크게 늘면서 TV판매업체에 새로운 먹거리로 부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시장조사기관 서카나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미국에서 판매된 97인치 이상 초대형 TV는 모두 3만8100대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미국 내 판매 대수의 1.7%에 불과한 수치이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10배나 증가한 판매 수치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는 올해 디스플레이 면적 수요가 전년 대비 8% 증가하고, 특히 80인치 이상 TV 패널은 전년 대비 35% 증가한 780만 대 출하될 것으로 전망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도 올해 2분기 글로벌 80인치 이상 TV 출하량은 전년 대비 29% 증가했다고 밝혔다.
미국에서 초대형 TV 판매가 늘어난 데는 가파른 가격 하락세가 자리잡고 있다. 미국에서 판매되는 97인치 이상 초대형 TV의 평균 가격은 3113달러로 지난해 6662달러의 47% 수준이다. 대표적으로 한국의 삼성전자는 2019년 98인치 TV를 9만9000달러에 첫 출시했지만, 현재는 4000달러부터 시작하는 4가지 버전을 선보이고 있다.
제조 기술 발전으로 생산 단가가 하락했고, 화질 개선과 OTT 확산에 따른 영상 콘텐츠 소비 증가 등이 결합되면서 초대형 TV 수요를 끌어올렸다는 분석이다.
미국 내 TV의 화면 크기는 매년 상승세를 보여왔다. 서카나에 따르면 미국 가정의 TV 교체 주기는 평균 7년으로, 교체 때마다 평균 1~2인치 큰 TV로 바꾸어 왔다. TV크기가 크게 커진 것은 팬데믹 시기를 거치면서다. 2021년과 2022년 두 해에는 각각 평균 2인치씩 더 커졌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셧다운으로 집안 내에서 TV 시청이 크게 늘어난 탓이다.
시장 변화에 대응해 베스트바이를 비롯한 주요 유통업체들은 초대형 TV 라인업을 대폭 확대하고 있다. 베스트바이는 2000~2만5000달러 가격대의 19개 모델을 선보이며 전체 매장의 70%에서 초대형 TV를 전시하고 있다. 월마트와 샘스클럽도 유사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한국 기업들의 영향력도 두드러지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OLED와 QLED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에서 우위를 보이며, 프리미엄 TV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두 기업은 특히 75인치 이상 초대형 TV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업계는 판단하고 있다.